나는 오늘 유치원 소풍가는 어린이 같이 마냥 가슴이 설렌다.
새벽 5시를 알리는 벨소리와 함께 눈을 뜨면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하루를 위한 기도를 드린다. 보통날보다 30분 일찍 일어나 목욕을 하고 성서와 성가곡집을 챙겨 집을 나서면 아직도 어둠이 짙은 거리에는 가을과 겨울이 맞물려 돌아가는 바람소리, 신선한 공기, 회색빛 안개, 하늘과 대지가 온통 아름답고 새롭다.
수많은 나뭇잎들은 마지막 준비에 바쁜 모습이고 하루를 열며 소식 전하는 발걸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인데도 나는 새로움을 느끼며 성당으로 향한다.
지금쯤 우리 대원 하나하나도 이렇듯 기쁜 마음으로 발길을 옮기리라….
우리들은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한자리에 모여 찬송을 한다. 이름하여「새벽 성가대」
나름대로 바쁜 생활이지만 공동의식을 가지고 하나 둘 빠짐없이 모인다. 그때 그때 합당한 곡을 선택하여 음의 빛깔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그윽하고 감미롭게 생동감 넘치는 화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마음으로 노력한다. 웬만큼 됐다고 생각이 들면 우리들은 새로운 분위기에 젖어든다. 점심과 커피를 들며 그동안 자기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이나 생각들을 서로 주고 받으며 믿음의 형제로서 사랑을 나눈다.
이토록 아름다운 만남이 있기 까지에는 남다른 봉사자가 계시다.
천복자(히야친타)씨!
그는 주님의 이름으로 십자가를 지고 7년여동안 한결같다.
참으로 올바른 방법으로 매일매일을 주님의 뜻에 따라 사랑을 실천하는 분!
가족의 휴식처가 아니라 주님의 장막이라 일컬으며 그의 집은 항시 열려있다.
일주일 내내 성서공부며 성가연습이며 믿는자들의 발길이 끊일날이 없고,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이가 없도록 따뜻한 음식을 대접한다.
춥고 병들고 배고픈 이들을 찾아 필요한 것을 베풀고 위로와 격려로 다독이는 그. 그는 이무리 힘이 들고 고달프더라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며 내가 해야할 과제라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
날마다 삶속에서 주님의 빛을 발하고 삶의 현장에서 주님의 향기를 발하며 모든 삶의 철학을 성서에서 배우고 그의 말씀을 따라 실천하는 주님의 딸이시다.
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얄팍한 신앙생활을 반추해 보다. 그동안 나의 욕심만을 추구하며 세속적으로 살면서 이핑계저핑계 나 편리한대로 합리화 시켜온 나. 나의 삶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고개를 숙인다.
주여, 당신을 향해 마음 문연 그 영혼에게 위로와 축복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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