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의 대녀인 라우렌시아가 둘째의 병세가 어떤가 보러 잠시 들렀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서 대녀는 자기 남동생에게 부탁을 해두었는가보다.
다음날은 일요일이었다. 아침에 벨을 눌러 나가보니 대녀는 우리 대문앞에 차를 대기해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서둘러 둘째에게 옷을 갈아 입히려 했으나 너무 좋아한 나머지 흥분하여 제대로 입힐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림이나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모든 사물을 접한 둘째는 몸을 뒤틀며 큰 소리를 질렀고 그 바람에 나는 차안에서도 뒤로 넘어져 머리를 찧기도 했다.
달리기도 하고 천천히 가기도 하면서 둘째가 좋아하는 곳에선 내려서 구경을 시켜 주기도 하였는데 딸기밭에 들러서는 딸기를 직접 만져보게도 하였고 여러가지 풀잎을 따서 손에 쥐어 주기도 하였으며 또 한참 가다가 가축들이 있는 곳에서 내려 소ㆍ돼지ㆍ사슴 등도 보여 주었다. 둘째는 짐승을 보며 소리치고 웃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날밤 둘째는 통 잠을 자지 못했다. 흥분이 가시기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러는 둘째를 지켜 보면서 대녀와 그 동생이 한없이 고맙게 생각되었고 이러한 기회를 마련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내가 하느님께 나아가길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하느님의 뜻에 빗나가게 행동 했음인가 87년 꼭같은 6월 막내는 또다시 봉고차에 사고를 당했다.
전화를 받고 달려 나가보니 아이는 이미 병원으로 옮긴 후였고 차에 끌려가다 버려진 가방과 한쪽 신발만이 딩굴고 있었다.
가방이 헤어진 정도로 미루어보아 아이가 크게 다쳤음을 직감할수 있었다. 그곳에 모여있던 어떤 사람 입에서 죽었을거란 소리가 들렸다. 미친 사람이 따로 없었다. 소리소리 지르며 울면서 달려갔다. 누워있는 막내가 내 아이 같지가 않았다.
막내의 머리는 한쪽으로 튀어나와서 일그러져 있었고 외쪽 눈에선 피가 계속 흘러 나오고 있었다.
오! 하느님 세상에 이럴수가!
차라리 나를 죽이라며 몸부림쳤고 닥치느대로 아무데나 머리를 박았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촌동생 내외가 나를 붙잡아 끌고 나갔다. 난 거의 실성하다시피 울다 웃다 했다.
내가 언제 남을 성가시게라도 한적이 있었는가? 착하게 살려고만 했는데 어찌 나에게 이런일이 계속 일어나는지 원망과 미움과 증오뿐이었다.
막내는 죽은듯 의식이 없었다.
연락이 되어 달려온 남편도 완전히 혼히 나간사람이었다.
나는 중환자실에서 물도 한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뜬눈으로 꼬박 3일을 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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