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0일 노태우 대통령의「남북간의 민족 대교류를 위한 특별발표」에 이어 23일 통일원ㆍ법무부ㆍ국방부 등 3부장관의 합동기자 회견 등 정부당국의 전에 없던 획기적 발표는 통일에의 설레임을 한층 부추켜 주었다.
또한 남북한간에 끊어진 철도를 새로 잇고,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교통ㆍ통신망을 확충하는 등 최근에 보도된 일련의 소식들은 이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줄만큼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 지는 것 같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남북한의 제의가 아무리 획기적이라 하더라도 서로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단지 체제유지를 위한 정치적 권모술수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의 소망은 또 한번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노대통령의「특별발표」를 접한 사회 각계의 반응도 참으로 환영하면서 한편으로는 북한당국이 우리측 제의를 조건없이 수락할 것과 또 우리측이 정략적차원에서 이용하는 일이 없기를 희망했다.
사실「자주ㆍ평화ㆍ민족대단결」이라는 통일의 3대원칙에 남북한이 서로 합의하고, 7ㆍ4공동성명에 이어 북한을 적대의 대상이 아닌 화해ㆍ협력하는 민족공동체의 일원으로 구정한 88년 노대통령의「7.7선언」등 일련의 괄목한만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남북관계가 하나도 개선된 점이 없다.
오히려 당국은 비상조치를 선포하고 유신독재를 자행하였으며 북한을「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더욱 폭넓게 활용, 남북화해 분위기를 흐려놓고 있다는 지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통일전선」차원에서 소위「인민민주주의 혁명전략」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북한당국의 술수를 감안하면 그들의 마음을 열어놓을만한 보다 고도의 통일정책 수립이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한편 당국은 비록 분단상황은 우리와 다르지만 통일을 앞둔 서독의 통일정책을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들은 언젠가는 통일이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ㆍ유지시켜 가는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래서 그들은 음으로 양으로 동독에 대해 각종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대등한 관계를 유지해 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소위「반공교육」이라는 명분아래 북한을 이질적ㆍ적대적 집단으로 가르쳐왔고, 경제적으로도 훨씬 앞서갈 때 자연적으로 북한은 남한에 무릎을 꿇게될 것이고, 따라서 통일은 이루어 질 것이라는 종속적 논리에 따른 정책을 펴온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이번 정부발표를 접하면서 우리 모두의 애틋한 통일염원이 정권유지와 옹호를 위한 권모술수에 또 한번 버림받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아울러 북한당국도 우리의 제의에 성실히 임해줄 것을 거듭촉구한다. 특별히 당국은 통일정책의 수립에 대해서만은 가톨릭신자들이 늘 고백하는『내탓이요 내탓이요 내 큰탓이로소이다』하는 신앙고백과 같은 자세를 항상 가져줄 것을 겸허하게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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