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교구장 공석기간 후 새 교구장을 맞이한 전주교구가 교구의 모든 재정현황을 공개하기로 한데 이어 최근 평신도 3명을 교구 재무평의회 위원으로 임명하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였다.

교구의 재정을 공개한다는 것은 모든 신자들에게 이를 공개하겠다는 것으로서 교구재정 공개에 평신도 대표가 참여할 때 비로소 실질적인 공개가 가능하게 된다.

교구 재무평의회위원에 평신도가 임명된 것은 한국교회사상 전주교구가 처음이지만 교회법에서는 재무평의회 위원에 평신도 참여의 길을 열어놓고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교회법 제492조 1항은『교구마다 교구장 본인이나 그의 대리자가 주재하는 재무평의회가 설치되어야 한다. 이 평의회는 주교에 의하여 임명되는 적어도 3명의 재무와 국법에 참으로 정동하고 뛰어나게 청렴결백한 그리스도교신자들로 구성된다』고 재무평의회구성 및 위원 자격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그리스도교 신자(Chri-stifidelis)라 함은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도를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구 재무평의회가 성직자만으로 구성되는 것보다는 평신도의 참여가 바람직스러움을 알 수 있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 이후 평신도의 위상이 새롭게 정립되면서 교회의 모든 부분에서 평신도의 능동적인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교구 행정, 특히 재정부분에 있어서는 평신도의 참여가 배제되고 있어 평신도의 역량이 사장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본당 재정문제에 있어서는 비교적 폭넓게 평신도의 참여가 보편화되어 있으나, 유독 교구 재정문제는 좀처럼 평신도의 관여를 허용치 않음으로써 오히려 신자들에게 불신 내지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주교구가 이번에 교구 재정문제에 평신도의 능력을 인정하여 수용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한편 교구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리라고 확신한다.

교구에는 사제들만으로 구성되어야 하는 사제평의회、참사회외에도 각종 위원회가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교구 행정이 복잡해지고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위원회는 분야별로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어 평신도의 활용은 그 어느때 보다도 다양하게 요구되고 있다.

재무평의회(재경위원회) 뿐만아니라 건축위원회, 인재양성위원회, 성소위원회 등 각종 교구 위원회에 전문적인 지식을 소유하고 있는 평신도를 위원으로 참여시켜 위원회를 운영한다면 보다 나은 위원회가 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 아닌가.

성직자 고유의 권한을 평신도가 나눠 갖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평신도가 참여할 수 있고, 참여함으로써 교구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부분에 과감한 평신도의 등용이 확산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