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대 마산교구장을 역임한 장병화 주교(8월 3일)를 비롯 서울대교구 소곡 은퇴사제인 오기선 신부(7월30일) 김철규 신부(8월4일)등 4명의 성직자가 최근 닷새 사이에 영면했다.
장 주교의 향년은 78세, 그리고 오 신부와 김 신부의 향년은 각각 83세와 72세였다.
모두 70세가 넘은 고령이었다. 그만큼 주교직, 사제직을 오랫동안 수행하면서 교회 발전에 초석을 다지던 분들임을 알수있다.
장 주교는 사제로서 30년간, 주교로서 22년 도합 52년간 성직에 몸 담았으며 오 신부는 58년, 김 신부는 47년간 사제로서 소임을 다하였다. 거룩한 사제직을 오랫동안 수행해온 세분은 비교적 장수하신편이기에 개인적으로는 아쉬움과 미련이 별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연로하고 병든 부모라 하더라도 그 자리에 계신 것만으로도 온 가족이 마음 든든할진대, 이들 세분 원로 성직자들의 영면은 한국교회의 큰 아픔이며 손실이 아닐수 없다. 이분들은 모두 일제하에서 사제로 서품되신 분들이다. 1백년 교회박해의 그늘을 겨우 벗어날 즈음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나라 잃은 설움과 함께 밀어닥친 새로운 박해 속에서 교회와 나라의 재건을 위하여 온몸으로 일하신 분들이다. 그리고 이분들은 8ㆍ15해방과 6ㆍ25동란을 겪는 가운데 교회와 사회의 주역으로 활동하면서 격동기 한국교회의 초석을 다져놓으신 분들이다. 1968년 당시로서는 비교적 고령의 나이인 56세에 제2대 마산교구장으로 착좌한 장 주교는 시골 할아버지를 연상하게 하는 자상한 성품과 서민적 풍모로서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분이었다. 지난해 2월 은퇴할 때까지 교구장으로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터여서 아쉬움을 남겨주고 있다.
장병화 주교는 한공렬 대주교(광주) 노기남 대주교(서울) 서정길 대주교(대구) 김현배 주교(전주) 최덕홍 주교(대구) 홍용호 주교(평양)에 이어 한국인 주교로서는 9번째로 유명을 달리한 분이다.
다방면에 걸쳐 재능을 겸비한 오기선 신부는 80이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이 해외여행을 할 정도의「만년 청춘」이었다.
지난 6월과 7월사이에는 순교선열들의 동상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병고를 무릅쓰고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중국 대륙을 순례, 귀국한 후 불과 20여일만에 선종하였다. 좀 더 건강에 유념하였더라면 더욱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크다.
김철규 신부는 해방 후 서울교구장 비서로 재임하면서 초대와 제2공화국 시절까지 정치 일선에 깊숙히 관여, 「정치신부」로 불리기도 하였다. 김 신부는「내가 이 땅에서 한 신부로서 한 일을 자랑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한국가톨릭이 큰 힘을 배양하는데 일조하였다는 점에서 위로를 삼기도했다」고 회고한바 있다. 많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교회사랑이 그만큼 지극하였음을 알 수 있다.
격동기 한국교회사에 큰 획을 긋고 가신 세분 성직자들이여, 주님 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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