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시장에서 닭발을 천원어치 사왔다.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손질하는데 닭발가운데 붙어있는 군더더기는 좀처럼 떼어지지 않았다. 걸에만 살풋 앉아있는 군더더기는 그래도 쉬이 떨어지는데 속깊이까지 들어간 군더더기는 제거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텅빈 집 오후, 부엌에 혼자서 힘든 이 작업을 하면서 내 죄가 이렇듯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릇을 씻어 엎어놓고 씽크대를 깨끗이 닦아내었다. 일을 하다가 무심코 그릇대에 눈길이 머물렀다. 하얗고 깨끗한걸 보니 갑자기 기분이 상쾌해지고 즐거워졌다. 깨끗해진 걸 보고 이렇게 마음이 즐겁고 흐뭇한 것을 보니 죄에 떨어진 우리 영혼이 깨끗이 정화될 때 하느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고 흐뭇해 실지 상상해 본다.
야채를 다듬다 버리자니 아깝고 다듬어 쓰자니 찜찜한, 어중간한 야채쪽이 놓는 위치에 따라 달리 보임을 알게 되었다.
어중간한 그것을 버리는 쪽에 놓으면 거기에 어울려서 버리기에 알맞은 것으로 보여지고, 아깝다싶어 싱싱하고 좋은 쪽에 두면 좋은 것들과 더불어 잘 어울린다.
나물을 다듬으며 나는 사람도 이와 똑같이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이 크게 그릇되지 않았다면 나쁜 사람무리에 두면 나빠보이고 선한 사람무리에 두면 선해보일 것이다.
주님께서도 나를 심판중에 가려내실때 부족할지라도 자비를 베푸시어 선한 무리에 나를 거두시면 그들을 닮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 가족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문득 씽크대 위로난 창문에 무심히 눈길을 주면 먼 산 능선 위로 여명이 밝아온다.
서서히 밝아져 오는 이 신선한 새벽의 햇살을 한껏받으며 오늘 하루를 축복해주신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공기 하나까지도 보여지는 듯한 이 투명하고 맑은 세상!
새벽공기를 통해 주의 이름은 찬미받으소서.
이제로 부터 영원히 받으소서.
이 첫새벽,
이른 아침부터 당신의 사랑에 맛들이게 하시고, 당신 향해 나아갈 길 밝혀주소서.
새벽공기의 신선함 같은 깨끗한 마음으로 당신을 닮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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