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무렵이었다고 기억된다. 하루종일 해가 가려져 있고 비가 오락가락했다. 여름같으면 아직도 태양이 중천일 저녁쯤에 야간자습을 한 답시고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길이었다.
가로등 불빛이 젖은 아스팔트에 반짝이고 비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수가 없어서 밑만보고 자전거를 몰았다. 정신없이 가는데 갑자기 앞에 달갑지 않은 장애물이 있음을 느끼고 급회전하여 간신히 피했다. 섬뜩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꼭 사람인 것 같았기 떄문이었다.
다가가 자세히 보니 할아버지 한분이 의식을 잃고 누워 계셨다. 순간 머리속에선 저분을 그대로 남겨두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손을 써야한다고 확신했으나 애써 외면하고 학교로 발길을 옮겼다.
교실에 앉아있자니 마음이 불안해 왔다. 그래서 제법 큰소리로『오늘 좋은일 하러갈 사람 없느냐」고 급우들에게 물었다. 뜻밖에 아이들은 진지하게 이유를 물어와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부실장이 선뜻 같이 갈 것을 자청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의식이 없었고 비로 흠뻑 젖어 있었다. 급우들이 도와 어렵지 않게 할아버지를 모실 수 있었다.
예수님은『우리들 중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해 준것이 바로 당신께 한 것이다』고 말씀하셨듯이 그때 그 할아버지를 내가 끝까지 모른척 했었다면 훗날 예수님께서도 나를 외면하셨을 것이다.
예수님은 지금 이 시간, 이 장소에서 수많은 도움이 필요한 자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계신다. 구걸하는 자, 도움이 필요한 자, 소외된 자 등 이 모든 사람들에게 따스한 사랑의 정을 전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항상 지닐 수 있도록 특별히 주님께 청해야 하겠다.
이 대림시기에 우리의 작은 사랑의 실천이 가난한 이웃들의 마음과 몸을 녹이듯 이땅에 가장 가난한 모습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를 사랑으로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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