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쇄신과 현대화를 목표로 개최된 제2차 바티깐공의회가 만들어낸 문헌중 교회헌장과 사목헌장은 공의회의 가르침을 가장 명백하게 드러낸 주요문헌으로서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으로 그 구성원 모두가 세례로 인하여 동등하며, 세상을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차원에서 보면서 사회참여를 통한 세상의 성화가 교회본연의 사명임을 밝혔다. 따라서 교회는 인류구원의 보편적 성사임을 확인하고 교회의 존재목적은 세상을 위한 것임을 천명하였다.
사목헌장은 특히 『교회가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이 요구할 경우에는 정치질서에 관해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선언함으로서 교회가 사회정의에 관한 예언직을 수행할 때 정치적 영역에 까지 미칠 수 있음을 천명하였던 것이다.
공의회와 때를 같이하여 한국사회도 급격한 변동을 겪으면서 경제성장 지상주의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빈곤의 타파에 기여한 반면, 농촌의 희생과 저임금 및 계층간의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한편 노동자ㆍ농민ㆍ도시빈민의 생존권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었다.
또한 경제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정치권력의 독점현상과 관료적 권위주의의 사회적 확산도 가속화 되고 있다. 그리고 3선개헌과 유신헌법의 제정, 긴급조치의 시행 등 초헌법적인 부당한 조치들이 취해지면서 60년대말과 70년대와 80년대에 인권ㆍ정의ㆍ공동선의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었으며 세상에 사는 교회도 어떤 형태로든 이러한 상황에 직면 하여야 했다. 특히 70년대에 나타난 교회의 사회참여활동은 교회내외적으로 진통도 겪었지만 교회의 쇄신과 발전에 큰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교회의 눈부신 외적성장은 사회참여를 통한 인권운동으로 농민ㆍ근로자ㆍ학생 등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의 편에서 그들과 함께 아픔과 고통을 나눈 결과라고 할수 있다.
교회내적으로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공의회의 정신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어 교회의 존재목적과 복음선교의 참된 의미를 일깨워 주었으며, 대중과 함께 하는 교회의 본래 모습을 보임으로서 신자의 증가에도 크게 이바지 하였던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인권신장과 정의구현에 선도적 역할을 하여 세상의 빛과 소금의 구실을 하려 노력하였던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레오13세가 1891년「노동헌장」(Rerum Novarum)을 반포함으로써 근대 서구사회의 정치적ㆍ경제적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여 비판적 자세로 사회를 바라보면서 가톨릭의 근대사회 윤리가 발전하기 시작하여 노사관계ㆍ빈부격차ㆍ정치와 종교의 관계와 같은 사회문제에 대하여 교회의 구체적 지침을 제시하기 시작하였으며 2차 바티깐 공의회를 통하여 교회가 사회참여를 통한 사회정의의 실현이 교회의 사명임을 분명히 천명하였다.
1971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주제「세계정의에 관하여」란 문헌에서도 현시대의 사회적 경제적 발전이 노동자의 복지와 사회정의를 위협하고 있는데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인간을 이웃과 갈라놓은 새로운 분열도 생기고 있다. 만일 사회적 내지 정치적 활동으로써 현상태를 타파하고 극복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산업구조와 기술혁신은 마침내 모든 재화와 권력과 결정권을 일부 정치가나 지배층 수중에 몰아넣고 말것이다.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참여의 결핍을 방치해 두고서는 인간의 기본권 인권과 시민권도 찾을수 없을 것이다』.
계속하여 이 문헌은 『교회는 복음에 포함된 사랑과 정의의 필요성을 세상에 증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증명은 교회조직과 그리스도교인다운 실생활을 통하여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함으로써 교회가 사회정의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교회법 제225조 2항에서도 『각자는 자기의 고유한 조건에 따라 현세사물의 질서를 복음정신으로 적시고 완성시켜 특히 현세사물을 처리하거나 세속임무를 집행하는 중에 그리스도를 증거할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교회가 사회정의를 실현해야함을 언명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사회정의 실현의 가르침은 인간으로 육화되어 오시어 가난한 자ㆍ병자ㆍ죄인 등 소외된 자들에게 무조건 자비와 용서를 베푼 예수 그리스도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볼 때 교회의 근본적 사명인 복음선포는 과거의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주로 비신자를 교회로 인도하여 교리를 가르치고 신자가 되게하던 활동에서 1971년, 1974년 두차례의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통하여 복음화는 사회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 노력하는 모든 활동도 복음선포의 필수적인 구성요소라 파악하면서 사회정의를 위한 개혁활동도 복음화의 본질적 요소임을 분명히 하였다.
사실 한국교회는 해방당시 18만여명의 신자에게 1990년에는 2백75만이라는 국민의 6%를 상회하는 급속한 외적 성장을 하였지만 내적으로는 냉담자와 행방불명자의 증가,신자의 중산층화(15%)도시빈민층의 신자율 저조(4.2%),농민ㆍ근로자ㆍ학생등 특히 남자와 젊은이층이 점차 교회를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또 사회에서도 한국의 종교의 사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으며 종교가 진정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는커녕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함께 휩쓸려가는 집단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하고 있다. 때를 맞추어 교회의 신자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시점에 이르러 교회는 외적성자위주에서 비록 소수일지라도 내적으로 성장쇄신하면서 본래의 모습을 보일때가 이른 것으로 생각된다.
교황 바오로 6세는「현대의 복음선교」의 문헌에서 복음선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교회로서 복음선교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보다 넓은 지역에서 혹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교하는 것만이 아니고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계획에 배반되는 인간의 판단기준ㆍ가치관ㆍ관심의 초점, 사상의 동향과 원천, 생활양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역전시키고 바로 잡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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