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 가운에 마스크를 낀 모습으로 24시간 거의 쉴 틈도 없이 움직였습니다. 하루종일 간병을 한지라 밤이 되면 어깨가 빠지는듯이 아팠습니다. 쉬고 싶어도 소변량을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깊이 잠들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닷새째 되는 날 남편에게 병자성사를 주시는 오수영 신부님의 기도를 들으며 용기를 가졌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해주시리라는 믿음이 생겼던 것입니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의 사고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기도도 거부했습니다. 사고도 비정상이 되었고 기억력도 없어지고 어린애 같이 보채고 트집을 잡고 화를 내고 했습니다. 바로 곁에서 얘기하고 만져 주지 않으면 불안한 듯 늘 불러서 심부름을 시키니 의자에 앉을 틈도 없었습니다.
남편이 가장 두려워하는 화상 치료가 끝난 뒤, 바닥에 떨어진 살점과 피와 소독약물을 치우느라면 나의 무력함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마취도 하지 않은 채 새 살이 돋아 오르는 곳을 문지르고 면도칼로 긁어내는 고통을 당한 뒤, 지쳐 잠든 남편의 얼굴은 조금씩 예수님을 닮아 가고 있었습니다.
죽을 떠 먹여 주면서도, 화상 부위에 약을 바르면서도, 관절 운동을 시켜 주면서도, 관장을 해도 나오지 않는 대변을 손가락을 넣어 꺼내면서도 저는 늘 기도 했습니다.
『주여! 바오로의 고통을 조금만 덜어 주세요.』
한달 후, 화상이 거의 다 나았기에 처음으로 환자복을 입혔습니다. 그리고 기저귀를 대고 있지 않아도 될 만큼 소변 조절도 되었습니다. 격리된 병실에서 신경 외과병동으로 옮겼습니다.
그러나 화상 부위 세 곳이 완전히 낫지 않고 진물이 났습니다. 이식 수술이 필요한데 온 몸이 엉망이라 피부를 절제 할 곳이 없다고 걱정을 했습니다. 저는 간호원에게 소독약을 얻어 기도하면서 자주 닦아 주었습니다.
『주여! 당신은 나병도 치유시켜 주시는 전능하신 분이십니다. 한 말씀만 해 주소서!』
며칠 후 상처 부위가 좁아지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아물어 깨끗이 나았습니다.
그러나 화독으로 온 몸은 벌겋게 되고 가려워 못 견뎌 했습니다. 가려워도 자기가 긁을 수 없으니 더 참기가 힘들었겠지요.
풍문에 쌀을 입으로 씹어서 발라주고 감자를 부치면 좋다기에 간호원이 오지 않는 한 밤중에 두 시간이 넘도록 쌀을 씹어 뱉어서 바른 뒤 하얗게 마르면 떼어내고 감자를 갈아 부쳐 주고 한 시간 후 그것을 떼어내고 소주에 거즈를 담구어 닦아 주면 남편은 시원하다며 기분 좋아 했습니다.
피부의 붉은기가 차츰 없어지고 거의 원상태가 되자 척추 신경에 대한 모든 검사를 했습니다. 며칠 후 담당의사의 진단은 남편이 평생을 누워서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이 불구의 몸이 되다니, 내가 불구자의 아내가 되다니…」
남편에게 눈물을 보이면 눈치 챌까 두려워 남편이 잠든 깊은 밤에 매서운 겨울 바다 바람이 부는 병원의 뜰에서 성모님을 부르며 통곡했습니다.
문득, 사고가 난 날 하느님께 올린 기도가 생각났습니다.
어떤 모습이라도 좋으니 살려만 주세요.
「그래! 남편은 살아 있지 않느냐! 힘을 내자.」
이번에도 저는 남편을 포기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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