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싫든 좋든 그만큼 전쟁은 인간들과 끈끈한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전쟁을 거부한다. 그러나 전쟁이란 거부한다고 하여서 해소되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과 맹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역설적으로, 평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평화를 수호하기 위하여 전쟁을 치루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천재지변에 의한 피해는 어쩔 수 없는 이리지만 전쟁의 폐해는 인위적이라는 점에서 그 후유증은 다방면에 걸쳐 장기간동안 심각한 양상을 띠게 마련이다.
우리가 근세사에서 겪은 6ㆍ25동란은 말할나위도 없거니와 베트남 파병으로 인한 전사자ㆍ부상자, 그리고 이로인한 수많은 가정의 파괴와 후유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들이 아닌가.
인류의 평화를 저해하는 요소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전쟁도발 행위야말로 인류 최대의 공적으로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구상에서 전쟁은 왜 끊이지 않는가. 옥재자와 폭군들의 전횡과 권력욕에 의해 전쟁은 저질러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눈에 뵈는 것이 없을 때 저질러지는 것이다.
최근 이라크의 전격적인 쿠웨이트 침공 및 합병선언으로 세계의 평화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번 전쟁도발 역시 독재자의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저질러진 도박으로 진단되고 있다.
가톨릭의 전쟁이론에서는 전쟁이 정당하려면 몇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 조건은 △합법적 위정자가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전쟁은 최후수단이어야 한다 △올바른 지향으로 전쟁을 해야 한다 △전쟁은 적절한 방법으로 무죄한 이들을 학살하지 않으면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전쟁은 가톨릭의 전쟁이론에서 볼 때 단 한가지도 정담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불법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온 세계의 규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평화는 전쟁없는 상태만도 아니요, 적대세력간의 균형 유지만도 아니며, 전제적 지배의 결과도 아니다. 평화는 정의의 실현이다. 인간사회의 창설자인 하느님이 인간사회에 부여한 질서, 보다 완전한 정의를 갈망하는 인간들이 실현해야할 그 질서의 현실화가 바로 평화인 것이다.
따라서 국가들 사이에 개재하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불균형이 심화되면 긴장과 불화가 생기며, 드디어 평화를 위기로 몰아넣게 된다.
외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대의명분을 경제적 불균형 타파에서 찾으려는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라크의 이러한 구실이 정당화 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분배의 정의가 제대로 확립되지 못하고 가난한 이웃을 외면하고 나눔을 등한히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는 하나의 교훈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중동의 전운이 하루속히 걷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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