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에 있어서 갈등은 어느 시간, 어느 순간이 중요치 않다. 내가 허락받고 부여받은 시간, 심지어 하느님을 원망하고 의심하고 배반하는 그 시간조차도 어둠에서 빛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슬픔에서 기쁨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끌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신을 향한 수많은 질문을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침묵하는 그 분에게 돌을 던지기도 하고, 원망을 퍼붓기도 하고 또 때로는 그 존재를 부인하려고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 이 모든 물음으로부터 시작되는 인간의 절규가 바로 인간의 한계인 것을, 어쩔 수 없음에 대한 항거 그것이 바로 인간의 한계인 것을, 우리들은 왜 인정하고 싶지 않을까?
내가 아무리 교묘히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해도 그보다 더 어렵고 철학적으로 질문 던진 이들이 얼마든지 있음을 나도 안다. 내 질문엔 언제나 답변이 마련되어 있음을 나도 안다. 무한과 유한의 대립을 너무 가벼이 보고 있는 나를 안다.
거짓과 허위가 만연하고 자기 속을 터놓지 못하는 요즈음 갚은 때에「토마」와 같은 태도도 때로는 필요하지 않을까? 그 사회가 말하는 신앙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벗어나 자기성찰을 통해 비판하고 받아들임이 가치있는 신앙 아닐까?
다이아몬드 원석은 세공인이 날카로운 연장으로 정교히 깎아낼 때에 비로소 찬란한 빛을 발하게 되듯, 우리도 신앙에의 어려움을 겪은 후에야 그 신앙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지 않을까?
난 운명론자가 아니다. 그러나, 만남도 인연도 운명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하는 나는 나를 맴돌고 잇는 불가항력적인 무언가를 느낀다. 인간도 원숭이에서 점차 진화되어 온 존재라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밤이고 낮이고 나를 감싸고 도는 알 수 없는 입김을 난 느낀다.
「나」는「인간」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나를 창조하신 하느님을 생각지 않을 수 없는 오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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