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는 한 달 동안 엎드려 있어서 몸이 굳어서 그러니 시간이 흐르면 좋아진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남편에게 운동을 시키기로 했습니다. 손에 고무공을 쥐어 주어 잼잼을 시키고 침대 난간에 넣은 고무줄을 매어 손에 묶어 주고 당기게 했습니다. 관절이 굳지 않도록 수시로 좌우로 돌려주고 등창이 나지 않도록 맛사지를 해주었습니다. 공의 크기를 조금씩 작은 것으로 바꿀 수 있었고 팔 운동도 조금씩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물리치료를 받기위해 1층 별관으로 가려면 휠체어에 앉지 못하므로, 바퀴 달린 침대를 밀고 다녔습니다.
저의 가는 팔은 침대 조절을 하기에 무리였고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 사용시, 침대가 들어가면 다른 환자는 탈수 없기 때문에 눈총을 주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평소에는 예사롭게 보았던 휠체어였지만 이때는 휠체어를 밀고 다니는 분들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며칠 후 다시 재활과로 넘어가 재진을 받았습니다. 조용히 저만 부른 재활과장은「척추신경 중 한 부분만 손상되어도 재생 불가능인데, 흉추에서 요추까지 신경다발 중 모두 다 다쳤으니 도저히 가망이 없어요. 시간낭비 하지 말고 퇴원해서 아주머님이 생활을 꾸려나갈 방도를 찾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 목숨이 붙어있는 동안 결코 포기하지 않으리라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침술을 하시는 분을 알게되어 침을 맞기로 했습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1백개가 넘는 침을 꽂을 때마다 옆에서 기도했습니다.
「주님! 이분을 제게 데려다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 분의 손을 당신의 도구로 쓰셔서 지금 이곳에 임하며 게시리라 믿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당신께서 하시는 일이 되게 하소서」
침을 맞은 지 10일후 남편곁을 지나다 허벅지를 꼬집어보았더니 아프다고 소리를 쳤습니다. 그 기쁨의 크기를 누가 잴 수 있겠습니까? 저는 자신이 생겼습니다. 분명히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역사하고 계신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생겼습니다. 미천한 나를 당신의 계획에서 빼지 않으시고 도구로 쓰시어, 영광을 드러내시기 위함이라면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있으랴! 『주여! 이 몸을 당신께 봉헌하오니 당신 뜻대로 쓰시옵소서』
그날 이후 10일쯤 지난 밤.
몸부림을 치고 싶어도 칠 수 없어 꼼짝 못하고 잠자는 남편을 지켜보며 묵주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남편의 발가락이 움직였습니다. 깜짝 놀라 침대 끝에 쭈그리고 앉아 다음 움직임을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다시 발이 퍼덕거렸습니다. 며칠 후엔 발목을 움직이고 또 얼마 후엔 무릎을 힘들게나마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신경이 죽은 탓인지, 뼈와 가죽만 남아 앙상하던 다리에 살과 근육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손가락으로 긁어내던 대변을 자기 힘으로 배설하니 항문 출혈도 없었습니다.
사고 후 5개월째에는 30여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침대 난간을 잡고 혼자 힘으로 앉았습니다. 붙잡고 있지 않으면 다시 뒤로 쓰러져 버리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눈물로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 이의 앉은 모습을 보고 의사들이 십여명 몰려오는 소란이 있었습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닌 움직임이지만 그 이에게 무릎 한 번 구부리는 것도 주먹을 불끈 쥐고 온 몸이 땀으로 젖어야 할 만큼 힘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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