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더위는 정말 지독한 것 같다.
모두 휴가를 떠나는 바람에 모처럼 감포 바닷가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수심이 깊고 모래사장이 없어 정식해수욕장으로 개발된 곳은 아니지만 발디딜 틈도 없어 북적거리는 이름난 해수욕장보다는 훨씬 좋았다. 비교적 파도가 잔잔하여 뒤로 누워 헤엄을 치고 나니 배가 쑥 나온 것이 우스꽝스러웠는지 그만「복어」라는 별명이 붙고 말았다.
낚시하는 사람들은 복어가 물리면 재수 없다고 뙤기장(탁 던져 버림)쳐버린다. 한마디로 재수 없다는 것이다. 독이 있는 고기니 자연 천대받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내가 어릴 때는 가난한 사람들이 복어 알을 주어다가 국을 끓여 먹고 변을 당한 일이 많았다. 그래도 아버님은 해장국으로 복어국만큼 시원한 것이 없다며 위험천만인 복어국을 좋아하셨다. 그 덕분에 우리집 식구들은 일찍부터 복어국을 맛보았다.
보좌신부로 살았던 포항의 생활 중에 잊지 못할 일들이 많은데 그중에 본당신부님이 복어요리를 사 주셨던 일도 그 중에 하나다. 술을 즐겨 하시던 신부님이 집에 돌아오시는 길에 성당 근처에 있는 파출소를 지나야 하는데 통금이 있던 때라 궁리 끝에 엉금엉금 기어서 지나자 순경이「거 뭐하는거요?」하자「개도 잡습니까?」하고 말해 무사히 통과하셨다는 것과 기관장들을 술로 삶아 놓았던 일 등등의 에피소드를 들은 것도 복어요리를 먹을 수 있는 기회 때문이었다.
주말피정이 끝나고 봉사자들과 계산동성당 근처에서 저녁식사를 하러 가게 되었다. 복어매운탕을 시켜 놓고보니 주인이 몹시 반갑게 맞아주어 어리벙벙해 하고 있는데「신부님 저 알겠십니꺼 지난번에 피정을 했던…」하며 자기소개를 하고 아이까지 불러「까만소 신부님이다」라며 인사를 시키는 것이었다. 덕분에 대접을 잘 받고 나왔다. 이제와서 생각하니「복어」라는 별명이 예사롭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세상사는 일이 다 그렇고 그런데 놀랄 일도 아니다.
복어가 독이 있는 고기라는 것에 주의를 하면 예전엔 쓸모없는 고기라고 그냥 내다버렸던 복어를 맛있게 요리를 할 수 있다. 이젠 나도「복어」라고 놀리면「독」이 있다는 것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고집이나 악습을 없애면 좋은 녀석이라는걸 보여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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