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이 흘뿌리던 빗발이 서울에 들어서자 굵어졌으며 많은 비가 내렸음을 볼 수 있었다.
몇번의 장소바꿈 끝에 간단한 단합대회를 갖고자 시도했던 것을 마지막 결정에서 성지순례의 길에 오르기로했다.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이면서도 쉽게 찾아 가지도 못하고 아직 못가본 사람도 많아 우리는 절두산 성지를 거쳐 새남터 성전을 돌아 천진암으로의 일정으로 정했다.
강변에 위치한 절두산 성지에 도착하니 미사중이어서 우리 일행은 박물관을 돌아보고 미사가 끝나자 유해를 모신 지하묘역에서 참배를 하고 새남터 성지를향해 차를 돌렸다. 무언가 개운하지 못한 것이 남아있었다. 서울이라는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넓은 장소를 성역화하여 성지를 가꾸기에 불가피했으리라하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새남터 성전은 우리차가져우 사람들을 피해 도착할수 있었다. 그곳에서도 마침 견진성사가 있어 분주했기 때문에 성당에 들어가 잠시 묵상 기도를 하고 바삐 나올수 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우리 회장님께서는 『새남터 성전은 서양식과 동양식을 절충한 건물로 동양에서 가장 웅장한 건물이며 목재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 것이 대단한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까.
솔직이 그 곳에 도착해서 반짝이며 윤이 나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새로 갓지은 콘크리트 건물에서 과연 순교선열들에 대한 가슴저리는 순교정신과 성스러움을 얼마나 많은 신자가 느낄수 있을까?
그런 찜찜한 기분에 상이 찌푸려진 나는 천진암에서 그곳 신부님께서 자랑스레 말씀하시는 것에서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에 모신 유해의 봉분이 동양과 서양의 무덤양식이 합쳐지고 그 규모가 동양권내에서 최대규모란다. 우린 늘 아시아에서 몇째, 동양권내에서 몇위, 세계에서 몇등등의 숫자적 기록을 내세운다. 그러한 기록상에 나타나는 것이 그리도 중요한지 모르겠다. 보이지도 않는 하느님의 실체를 믿는 우리가 기록상의 숫자를 드러내 자랑함은 모순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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