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사는 중학생이 아까부터 모가수의 「사랑하기에」를 열창하고 있다. 아마 시험기간인가 보다. 조용한 한낮의 아파트에서 모든 것을 잊은양 열중해서 부르고 있는걸 듣노라니 마음이 착잡하고 슬퍼진다. 저 아이의 여유가 기껏 저 노래정도의 길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저학생은 이번 시험이 끝나면 또 그 다음날부터 다음 시험공부를 해야할게다. 시험과 성적, 등수와 부모와의 갈등, 친구와의 실랑이,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대로 모든 것이 긴장의 연속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태양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밝게 비춘다는 것을 믿게 할 수있을까?
얼마전 반의 묵주기도 모임에서 이웃 자매에게서 부끄러운 얘기를 들었다. 주일미사 중에 나의 아들들이 성당맨뒤에 앉아 신나게 「묵.찌.빠」를 하고 있더란다. 듣는 순간 얼굴이 새빨개지면서도 능히 요녀석들이 그러지 싶었다. 그 다음주 어린이 미사에 아이들을 쫓아갔다. 엄마동반에 심히 불편해하며 싫은 눈치를 주는 아이들을 애써 모른척하며 줄래줄래 쫓아갔다.
과연 난장판이었다. 아래 윗층을 오르내리며 술래잡기하는 아이, 아예 뒤돌아앉아 깔깔대는 아인…. 신부님은 엄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잡으려고 애쓰시지만 호응은 전부. 주위의 엄마들이 아무리 눈짓을 해도 끄떡도 않는다.
버릇 없고 무절제한 아동기, 학교성적만으로 인정받는 청소년기, 아들이 대학에 겨우 들어가면 무지막지한 자유가 한꺼번에 주어진다. 부모로부터의 자유, 심지어는 대학의 교수들까지도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가. 어릴 때부터 응석받이로 키워온 이들은 대학에서도 저희 요구대로 안되면 마구잡이로 일을 저지른다.
어떻게 자신들의 은사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제 학교의 기물을 마구 불태우고 부술수 있는가?
우리 엄마들은 학교에서 꾸중들었다는 소리만 들어도 우선 「내가 학교에 찾아가지 않아서 그런게 아닌가」하는 우려부터 한다.
그나마 교양있는 엄마는 마음속으로, 경솔한 이는 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다. 이런 가정교육을 받은아이들이 대학에 간다고 은사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날 수가 있는가? 원하는 물건들은 대충 다 취하며 자라온 아이들이 자신이 쓰는 대학의 책상쯤 부순다고 뭐가 아까울까.
우리 엄마들이 먼저 진심으로 아이들이 선생님을 사랑합시다. 우리 엄마들이 학교 성적으로 인해 아이가 미울 때 그 아이의 좋은점을 기억해 사랑합시다.
해서 그 아이가 졌을 때 멋진 해자가 되도록 도와줍시다. 이처럼 혼탁한 세상에도 아름다운 작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찾아 나눠줍시다.
항상 급하게 뛰지말고 정지해서 가다듬을 수 있도록 여유를 가르쳐줍시다. 어느 길목에서도 기다릴 수 있도록 참을성과 끈기를 아이들과 함께 배워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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