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
S신부님, 찜통 더위에 어떻게 지내십니까? 저는 신부님께서도 아시는 몇분과 함께 함양군 문전계곡에 피서를 다녀왔습니다.
문전계곡은 물이 맑고 차가와서 삼복더위를 잊게 해주었으며 빼어난 주위경관으로 많은 사람이 이 계곡을 찾고 있습니다. 늦게 점심을 먹고 식수를 구할려고 마을로 갔는데 함양천주교회 문전공소라는 팻말이 보여 찾아가 보았더니 놀랍게도 수녀 한분이 그것도 독일인 수녀가 아담한 공소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지리산 성화를 위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수녀님의 갸륵한 뜻에 절로 고개가 수그러졌습니다. 이 궁벽한 지리산 골짜기에 혼자 산다는 것도 장하지만 주님의 사업을 이 불모의 땅에 심겠다는 의지가 놀랍기만 했습니다.
수녀님의 여러가지 말씀 중에 지리산 요소 두서너 군데에 신부님이 계셔서 발로서 뛰어주신다면 더욱 전교가 잘 될 것이며, 이곳 지리산은 샤머니즘의 극성으로 전교가 잘 안된다는 이야기며, 지리산 어느 조그마한 마을이라도 개신교가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S신부님, 우리 가톨릭은 도시에서 화려한 성당을 지어 수많은 선남선녀들이 주일마다 그 큰성당이 비좁게 하느님을 찬미하고 있는데 농촌에서는 2~3명의 늙은이들이 초라한 공소에서 힘없이 공소예절을 바치는 이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무리 교통이 불편하고 궁벽한 농촌이라도 개신교에서는 주일마다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주일예배를 보는 힘찬 찬송가가 들리는데 우리 가톨릭은 농촌에서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있으니….
우리 가톨릭은 너무 비대해져서 항공모함에 비길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동력과 기민력이 떨어져 농촌을 파고들 수 없는 공룡이 되어가고 있으며 개신교는 쾌속정과 같이 자유자재로 운신하는 제비와 같아 농촌에서 성공적인 전교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S신부님, 이러한 상황도 하느님의 뜻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가톨릭도 이제부터는 공소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공소회장님들의 재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본당은 의무적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소와 자매결연을 맺어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하며, 신학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모르지만 요즘 직장에서 은퇴한 분들 중에는 건강도 좋고 학력도 상당하며 교리지식에도 맑은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분들을 어떤 단기코스교육을 통해 세속부제로 양성하여 신부님이 모자라 배치하지 못하는 요소요소에 발령을 내어 전교사업을 하게한다면 효과적이 아니겠습니까? 그 분들은 여생을 보람있게 보낼 수 있어 좋고, 교회에서는 유휴인력의 활용이라는 면에서 좋으니 일석이조가 될 것입니다. 그 분들의 급료문제는 생활비 정도로 보조해주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금상첨화격이 되겠습니다만….
S신부님, 언제나 많은 사람을 포근하게 감싸시는 그 미소 길이 간직하십시요. 주님 안에 평안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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