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은 성모승천을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에 교회는 기뻐하며 경하해 마지않는다. 나라를 빼앗기고 일제의 강압식민통치하에서 숨소리마저 죽이고 살아온 지 36년만에 맞이한 조국 광복의 날이 8월 15일이기 때문에 이날은 온 겨레가 감격해 넘치는 경축일이기도 하다. 우리민족이 갈구하던 해방의 날이 바로 성모승천 기념축일이기에 한국 교회는 조국광복과 민족의 해방을 성모님의 은혜로 생각하며 아울러 기뻐하며 경하해 마지않는다.
우리민족은 가혹한 시련과 험악한 격랑에 시달리면서도 꿋꿋하게 지켜온 한겨레의 얼이 있다. 사도 바오로는 자기의 동족 이스라엘 민족에 대한 사랑이 매우 깊었다. 당시 이스라엘이 갈등의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며 서글퍼 하는 바오로의 면모를 로마서에서 발견할 수 있다. 『나에게는 큰 슬픔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으로 끊임없이 번민하고 있습니다』(로마9, 2).
사도 바오로의 극진한 동족애를 들먹이지 않더래도 우리 동포로서 이 나라 이 겨레가 겪고 있는 불신과 분단의 갈등이 장벽을 허물어 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서글프고 안타깝게 여지기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민족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진리를 깊이 깨닫고 인식해야만 할 것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리스도야말로 우리의 평화요 희망이며 십자가야말로 인류 화해도구이다. 「여러분 이 전에는 하느님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이제는 그리스도께서 피를 흘리심으로써 그리스도 예수를 말미암아 하느님과 가까워 졌습니다. 그리스도야말로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분은 자신의 몸을 바쳐서 유다인과 이방인이 서로 원수가 되어 갈리게 했던 담을 헐어버리시고 그들을 화해시켜 하나로 만드시고 율법조문과 규정을 모두 폐지하였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을 희생하시어 유다인과 이방인을 하나의 새 민족으로 만들어 평화를 이룩하시고 또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써 둘을 한몸으로 만드셔서 하느님과 화해시키시고 원수되었던 모든요소를 없이하셨습니다」(에페2, 13~16)
유다인과 이방인과도 화해가 이루어지고「원수가 되어 갈리게 했던 담을」헐어버렸고 동서독과 예멘도 통합되는데 우리는 동족끼리 화해와 결합이 이뤄지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율법조문과 규정을 모두 폐지하고 원수되었던 모든 요소」를 제거했듯이 우리도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는 먼저 걸림돌이 되는 관계법과 장애요소가 되는 규정을 폐지하고 원수처럼 여기는 몰이해와 감정을 제거해야 한다.
성모 마리아의 노래 대찬송은 평화와 모든 불의한 악마적 세력의 멸망과 억눌리고 비천한 이들의 해방을 선언하는 내용으로 인식된다. 마리아의 경탄스러운 이 선언은 이 나라 이 땅에서 꼭 실현되어야 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하느님을 두려워 할 줄 모르고 국민을 무시하고 가만하며 권력과 높은 자리와 재물의 부요함만 탐하는 무리들을 경고한다.
그들 정경모리배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빈곤을 면할 길이 없고 억눌려 지내는 사람들이 어깨를 펴고 살 수있는 세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주님을 두려워한 이들에게는 대대로 자비를 베푸십니다. 주님은 전능하신 팔을 펼치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권세있는 자들은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높이셨으니 배고픈 사람은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요한 사람은 빈손으로 돌려 보내셨습니다』(루가 1, 50~53).
근시안적이고 소아적 아집과 완고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폐쇄성과 배타성을 드러내는 기득권자들 때문에 남북간에 동서간에 지역간에 계층간에 인위적 장벽은 허물어지기는 커녕 높아만 가고 있지 않는가?
자신을 버림으로써 상대방도 자신도 온전히 살리는 부활의 원리가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리이다. 자신을 온전히 줌으로써 상대방을 온전히 차지하게 되는 원리가 사랑과 일치의 십자가의 원리이다. 조국통일이라는 큰 목적을 위해서 상호간에 이해와 인내와 호양의 정신이 없다면 어떻게 가까워질 수 있고 확 터놓을 수 있으며 믿을 수 있겠는가? 자신에게서 죽을 수 있을 때 자신도 상대방도 살리는 길이 열린다. 주를 위하여 겨레를 위하여 조국을 위하여 자신에게서 죽는 자는 주님과 함께 겨레와 함께 영원히 살 것이다. 겨레의 재결합과 조국통일의 길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화해의 원리를 따르고 적용해야 한다. 민족적 동질성의 회복과 동족의식의 부활은 상호간에 저질러온 잘못에 대하여 회개해야 한다. 진심으로 서로 회개하고 사랑할 때 민족화해와 통일이 가능하다.
우리는 일제의 압박과 고난에서 벗어났을 때 자유와 해방의 단일국가를 세우지 못한 한을 안고 있다. 외세의 간섭과 동족끼리의 분열과 대립으로 남과북으로 분단되어 동족상잔의 비극의 역사가 45년이나 흘렀다. 왜 이러했는가? 민중끼리는 서민끼리는 쉽게 동화되고 결합될 수 있다. 가장 큰 장애요인은 남북 공히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집권세력의 반통일적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동포를 만나러 갈라진 조국땅을 방문하러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되고 재판받고 감옥살이를 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 분단의 장벽을 허물수 있는 통일의 첫걸음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하는지 조차도 몰지각 몰이해의 상태이다. 상호간에 불신과 증오심을 없애고 신뢰를 회복하려면 거짓말 허풍을 하지말기를 당국에 바란다. 매우 불합리한 조건을 내거는 실현성 없는 아전인수격 식의 담화문이나 제안문을 발표하는 것은 통일에로의 진전에 무익한 것이다. 분단상태에서 민족의 진정한 복음화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교회의 조국통일을 위한 노력과 기원은 복음적 신앙이 요구하고 수행해야할 당연하고 필수적인 사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교회는 통일을 저해하는 장애요소를 하나하나 해소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하여 주십시요』(요한17, 21)라고 기도드리신 주예수의 기도처럼 교회는『아버지 우리민족이 하나되게 하여주십시요』『조국이 통일되게 해주십시요』하고 간절히 기도해야겠다.
주여 우리민족이 단결하지 못한 결과로 서로 끼쳐준 상처와 슬픔이 가시고, 분단의 장벽이 함께 한민족의 이름으로 하느님께 영광과 감사를 드리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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