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동안「진목정」에서의 산간학교 생활.
집밖에서의 첫 저녁식사시간.
배에서는 “꼬로록” 소리가 울릴 때 신부님의 말씀이 계셨다. 『오늘 저녁은 누룩없는 빵, 쓴 나물대신 맨밥이다』
우리들의 입에서는 불평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어떤 조에는 마늘장아찌를 숨겨먹다 혼이 나기도 했다.
맨밥이거나 말거나 시장이 반찬이라고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다음날 어떻게 잤는지도 모를만큼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신부님은『오늘은 강행군이니 각오들 해라』고 말씀하셨다.
텐트를 걷고 짐을 챙긴 다음 우리는 출발을 했다.
「내가 네 힘이 되어 주겠다」라는 주제 아래 모세가 이스라엘민족과 함께 가나안땅으로 가듯이 우리 일행은 한여름의 무더운 태양에 땀을 뻘뻘 흘리며 6시간동안 강행군을 했다.
처음 한두시간동안은 그럭저럭 참을 만했는데, 시간이 점점 흘러갈수록 몸은 땀으로 폭삭 젖었다.
7월의 태양에 익은 아스팔트길을 걸을 때, 목이 얼마나 타고 그늘이 어찌나 그립던지….
일행 중에 누가 지쳐 쓰러지면 서로 부축하고 한 모금의 물도 서로 나누어주는 정말 한마음 한뜻이 된 시간이었다.
3시간의 행군 후 우리는 옛 성인들이 박해를 피해 산으로 들어와 지은 진목정에 있는 동굴을 보았다.
밖은 무더운데 동굴 안은 에어컨 앞보다 더 시원했다. 다시 우리는 출발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오히려 편한 길이었다. 발이 찢어지고 피가 날정도의 험한 산길을 걸으니, 학생들의 입에서는「다시는 산간학교 오나봐라」하는 불평이 터져 나왔다.
조금만 헛디뎌도 주루룩 미끄러지고, 혹시 내가 이 산길의 첫 주인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험했다.
산을 다 내려와서 올려다보니『과연 내가 저 산을 넘었을까?』또 한편으로는『나 혼자였다면…』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저녁시간에 우리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그 불에 우리 마음에 있던 황금송아지 우상과 재물의 가방을 태우고 모두 함께 주의 기도를 바쳤다.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
내가 소홀히 했던 사람들,
나의 힘이 필요한 사람들,
이 모든 이들에게 난 힘이 되고 싶다.
더위에 지쳐 쓰러진 일행도 있었지만 그 어려운 길을 한명의 낙오자 없이 이끌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고 고생하신 신부님, 수녀님, 선생님께 사랑이 담뿍 담긴 은총이 있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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