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느누구든 고유한 천부적 권리를 지니고 세상에 태어났다는 생각은 보편적으로 인정되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엄밀히 따지자면 수많은 성인들과 현자들의 가르침도 한마디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야하는 길을 모색하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람이 지닌「생명」이라는 가치가 제대로 보존되고 존중될 때 비로소 바람직스럽게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는 별다를 이견이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산업과 기술은 세월이 갈수록 괄목하게 고도화되어 문명의 빛은 날로 밝아져가는데도「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은 점차 어두워져 가는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을 달랠 수가 없다.
생명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버리는 각종 피임기구의 사용과 더불어 이미 형성된 태아의 생명을 분쇄해 버리는 낙태 등의 무차별 살인행위가 우리의「사람다움」을 퇴색시켜 버리더니, 최근에는 부모와 자식, 부부간의 살인행위가 자주 우리 귓전에 오르내리고 있어 또 한번 우리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본보보도(8월 19일자)에 따르면 지난7월 한달동안 전국에 걸쳐 무려 10여건에 달하는「존비속(尊卑屬)살인사건」이 발생, 평균 3일마다 한번꼴로 근친살해가 자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 대구에서 남편의 사망보험금 1억원을 타내 정부(情夫)와 새 살림을 차리기위해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남편을 잠들게 한 후, 정부로 하여금 잠든 남편의 심장을 잔인하게 찔러 숨지게 하고, 강도사건으로 위장, 은폐하려했다가 허술한 작전(?)에 꼬리가 잡혀 윤리의 타락상을 극명하게 노정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는 이 같은 각종 살인행위가 갖가지 이유에서 사회 곳곳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기에 앞서 사회를 향한 교회의 손길을 어떻게 펼쳐 나갈 것인가에 대해 깊이 묵상하고, 교회가 사회 속에 존재하고 있는 새로운 위상을 모색ㆍ정립해야 할 때임을 새삼 가슴깊이 느껴진다.
그것은 이러한 현상들에 대해 교회가 가치관이 실종되고, 생명윤리가 실추되었다고 하는 원인규명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사람다움」을 되찾는 각종 교회의 활동이 구체적이고 폭넓게 연구되고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교회는 생명존중을 위한 대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앞장서야 할 때임을 깊이 자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회는「생명수호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면서 인간의 생명이 유린되는 각종의 생활현장에 사목적 발길을 깊이 들여놓아야 하고, 이러한 사회환경의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한층 드높여야 할 것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널리 홍보ㆍ계몽하는 여러가지 활동, 예컨대 교구나 본당ㆍ교회단체 등에서 이에 대한 정기적 시민강좌를 마련하거나 인쇄물 등을 제작, 배포하는 데에 정성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더불어 성직ㆍ수도자ㆍ평신도등 신자 개개인부터 올바른 신앙생활을 통해 물질문명에 휩싸여 실추된 정신적 가치관을 회복시켜 올바른「생명윤리」를 정립시키는 데에 한마음 한몸을 이뤄야 할 것이다. 「사회속의 빛과 소금이 되는 삶」은 바로 내 이웃의 생명이 제대로 보존될 수 있도록「나의 삶」을 바람직스럽게 살아가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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