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세 바보가 있다. 주식을 샀다 팔았다하는 바보. 신용을 상환하는 바보. 건설주를 사는 바보. 이건 작년 7월 우리 귀를 쨍하게 울리고 한시대를 풍미하던 최신 유행어였다.
연일 매스컴은 종합주가지수가 사상최고라고 떠들어 댔고 시중은 행주가 2만원 지방은행주·투자금융주가 4만원 증권주가 6만원 보험주가 8만원이된다는 이름하여 「2468」증시도 유행했었다.
눈을 떠보면 이젠 세상이 바뀌어서 「무주식 상팔자」라는 자조섞인 유행어까지도 어제의 이야기가 돼버렸다. 물건너 여기저기서 「월요일의 대참살」「블랙먼데이 」라고 호들갑을 떠는가 했더니 몇십년 전의 경제공황이 올지도 모른단즌 우려속에 주식대폭락이라는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세계의 유슈한 경제연구소도 전망은 각각이다. 그네들의 기침에 우리중시는 몸살을 앓기도 했다. 「안개증시 」·「H계제로 」라는 경제신문의 큰 활자를 보며 마음이 어두워졌고 당국의 각종 규제해제와 증시부양을 위한 특별담보대출의 의지를 듣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래도 못 미더워 보유한 주식을 모두 현금으로 바꾸려고 앞다투어 던지던 말없는 함성.
선거가 끌나자마자 이제는 주식을 사려고 해도 살수가 없어 안달이 났다. 죽었던 스피노자도 벌떡 일어나 사과나무를 한그루씩 손에 집어 주고 싶은 심정일게다. 하여튼 증시는 끝이 좋았고 이만하면 달력을 바꾸어 달면서 가슴이 부풀어져도 되겠지. 아마도 내년엔 『나는 가진 것이라곤 주식밖에 없다네 』라고 자랑스렙게 말하는 유행어가 생길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주가 (株價)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종합예술」이 라고 극찬한 학자가 있는가 하면 미래가치의 현가화 (現價化)라고 설파하는 똑똑한 친구들도 있다. 제아무리 울고 갈수있고 처음 증권시장에 뛰어든 평범한 투자가라도 웃게 만들 수 있는 주가는 그 기기묘묘하기가 실로 영물을 방불케 한다.
그래서 역시나 주가(株價)와 주님(主)은 한집안 종씨. 주씨집안 대대로 전승되온「이웃을 사랑하라 」는 가훈을 알아 실천해야만 하니말이다. 서로 주식을 사겠다고 아우성일때 그 이웃을 위해 양보해야 하고 서로 팔아버리려고 야단일때 그 주식을 사주어야 만 서로 웃고 갈수 있으니.
그때 증권시장이 없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어르신네 주님도 주씨집안의 「큰손」될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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