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 때 나는 그간에 받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여생을 하느님위해 바치겠다고 공언을 했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도 할일이 나타나지 않았다. 귀담아들어주는 사람도 없어、나는 하느님께 매달리기로 결심하고 매일 밤 졸라댔다.
또 두달이 지났다. 어느 주일날, 신부님이『본당 회보를 발행하려고 하니 봉사할 사람은 신청하라』고 미사 시간에 말씀을 하셨다. 순간,『나는 주여、 감사합니다』를 수없이 되뇌었다.
나도 잊고 있었던 20여년 전의 교지편집경험과 딱 들어맞는 일이 아닌가! 이건 우연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일감을 주신 것이다.
첫 편집회의에 참석해보니 모두가 젊은 자매들이다. 늙은이를 대접한다는 뜻이겠지만 나에게 고문이 되라고 한다.
주보편집 구경이나 하라는 것 같아 섭섭했다. 결국 나는 교정과 주보 접는 일을 맡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주일미사 때, 앞자리로 가라는 안내를 맡은 자매때문에 맨앞 3줄의 중앙에 가서 앉게 되었다.「공동체 소식」시간에 신부님이 본당 주보에 대해 말씀을 하다가 힐끗 나를 보신다. 갑자기 나에게 일어서라는 것이다. 나를 주보 편집의 책임자라고 소개하면서 밤잠도 못자고 수고한다며 박수를 청하셨다.
나는 앞자리로 안내해 준 자매가 원망스러웠었다.
그 후 많은 사람들에게서 수고한다는 인사를 받게 되었다. 나는 슬그머니 편집 책임자가 되어버렸다.「박수」는 나의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할일 없던 나는 주보 발행을 위해 매주 삼사일은 바빠졌다. 원고작성을 위해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일하게 되었다. 그러나 모두가 감사하고 기쁘기만 하다.
주님께서 본당의 신부님을 통해서 일감을 주시고, 나의 삶에 살며시 개입하시어 은총을 베풀어 주셨음을 믿으며, 나의 여생을 신앙에 충실하며 살리라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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