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새해가 이제 열흘 지나고 있다. 지난해 그토록 소란스럽고 어수선했던 국내상황은 현재로선 조용한 가운데 한해가 출범했다. 아마도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과 머리속에는 안정과 평화속에 개개인이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하며 우리 나라가 더욱 번창하기를 바랄 것이다. 더이상의 혼란이나 폭력은 결코 원치 않을것이다. 학생들이 길거리에 뛰쳐나오고 경찰의 최루탄이 난무하는 비극은 더이상 없기를 바랄 것이다.
노사간의 극한대립과 투쟁이 종식되고 상호이해와 협력으로 노사가 함께 웃으며 살아가길 원할 것이다.
이러한 국민 모두의 소망이 과연 실현될 수는 없을까? 그 소망을 이루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같은 국민의 소망을 성취하기 위해 몇가지 사항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선 국정을 맡은 사람들이 사욕을 버려야할 것이다. 인간의 본성상 욕심을 완전히 버리기란 불가능할 줄 안다. 그러나 국가의 장래와 국민전체의 손익에 관계되는 중대사를 처리할 때는 개인이나 정당의 욕심을 버려야할 것이다. 이 욕심을 잘 관리하지 못할 때 그 결과는 엄청난 파국을 초래할 것이다.
금년은 제6공화국이 출범하는 해이며 총선거를 앞두고있다. 대톨령선거에서 36%의 지지밖에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지도자 한 사람이나 그 정당의 사리사욕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민이 64%나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새정부가 국민 모두의 의사를 존중하고 참으로 정의롭고 올바르게 국정을 이끌어갈 때 국민은 합심할 것이다. 아직도 지난번 선거의 부정선거 시비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고있고 투옥중인 사람들이 적지않다는 사실은 국민대화합의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집권자로서의 관용과 설득, 인내와 포용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88년 서울올림픽도 국민대중의 지지와 단결된 힘이 뒷받침될 때 참으로 성공을 거둘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생각할 것은 국민각자가 본래의 자기 위치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정작 자기 할일은 제쳐두고 다른 일에 시간과 정력을 쏟다보면 자신과 소속 공동체에 모두 손해가 돌아갈 뿐이다.
정치는 정치가에게, 경제는 경제전문가들에게 맡겨보자. 그들이 자기 할일을 제대로 하도록 조언과 충고를 아기지 말고 국민은 자기 맡은 일을 충실히 하보자. 학교에서, 노동현장에서 땀흘리며 열과 성을 다쏟아보자. 종교 지도자들은 종교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행동을 삼가하고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직분에 맞게 자기일을 해보자.
국민 각자가 모두 자기 일을 제대로 올바르게 해나가고 정치가들이나 지도자들이국민을 기만하거나 이용함이 없이 최선을 다할때 우리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부디 금년은 우리 가톨릭 교회가 신자들이나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거나 의혹을 사는 언동을 일체 중지하고 본래의 교회모습으로 되돌아가 이땅 모든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특히 한국주교단이 정한 금년도 목표대로 신자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성체안에 하나되어 참으로 사랑과 삶과 가진바를 나누는 형제자매들디게 우리 교회의 솔선수범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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