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창간 60돌을 맞이하여「신자들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에 관한 사회조사를 실시한 바있다. 이조사는 현재 한국교회의 신자들이 가지고 있는 의식과 특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서보다 체계적인 사목방안의 수립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목적아래 진행되었다. 그리고 사회조사 결과의 일부로서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한 신자들의 의식에 관한 중간발표가 본보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이번에 정리된 중간발표의 결과를 보면 신자들 대부분은 70년대 이후 한국교회가 다방면에 걸쳐 전개해온 사회참여 활동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현대교회의 가르침이나 사회교리에 관한 지속적 교육의 결실로도 생각된다. 또한 동시에 한국의 신도들이 가톨릭 신앙을 고백하는 신도임과 동시에 민족구성원의 일부라는 자각을 강화시켜나간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의 조사에 응답한 신도들 가운데 71.4%에 이르는 사람들이 교회에서 민주화 문제 등에 관한 성명서의 발표에 찬동했다. 그리고 불의한 행위에 대한 불복종 운동의 전개에는 73.4%의 찬성률을 보이고 있으며 부정과 불의에 대한 고발과 폭로에 대해서도 80.5%의 찬성을 드러내었다. 또한 비특권층의 권익보호를 위한 교회의 노력에 대해서는 81.3%의 응답자들이 긍정적 반응을 표시했다.
이러한 결과는 대부분의 신자들이 사회의 민주화와 인간화에 관한 교회의 노력을 지지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이는 가톨릭 신앙이 彼岸의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세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변혁시키는 요소가 되어야 함을 인식하고 있음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그리고 응답자중 78.5%에 이르는 신자들은 교회가 신국문제에 관해 기도회를 개최하는 데에 찬성하고 있으며, 불의에 저항하는 성직자ㆍ수도자들의 단식행위에 대해서도 60.5%에 이르는 응답자들이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반면에 시국문제와 관련하여 시위행동을 주도하는 데에 관해서는 30.9%의 응답자만이 찬성한 반면, 59.6%의 신자들이 반대의 의견을 나타냈다.
그리고 선거의 과정에서 가톨릭신자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24%의 응답자가 찬성을 표한 반면 65%의 신자들이 반대했다.
이 조사결과는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방법에 관한 신자들의 태도를 드러내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한국교회의 신자들은 교회가 사회 정의의 원칙을 밝히고 강조하는 데에 별로 이론이 없으나, 그 방법에 있어서는 성명서의 발표, 기도회의 개최, 단식저항과 같은 형태를 주요하게 평가했던 것이다. 반면에 직접적 시위행동이나 구체적 인물의 지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신자들의 의식성향이나 입장이 언제나 올바른 것으로 인식될 수는 없겠지만, 교회를 이끌어 나가는 일선 사목자들이나 지도적 신도들의 경우에는 신자 일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의 조사에서 주목되는 바는 가톨릭 신자 후보자에 대한 공개적 지지에 대한 신자들의 거부반응이라는 점이다. 물론 근대 이후의 교회사를 검토해 볼 때 가톨릭을 주된 신앙으로 고백하는 일부 지역교회에서는 가톨릭 정당의 결성을 후원하거나, 가톨릭의 입장을 옹호하는 후보자에 관한 공개적 지지의 표명이 있었던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와 한국교회의 현실을 등치시키기에는 아직도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이번의 조사결과는 말하고있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전개될 국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의원을 선출할 때에 교회가 취해야 할 자세를 제시해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신자들 중 상당수는 특정후보에 대한 구체적 지지행동이 교회의 공동선을 증진하는데에 지장을 초래하고, 신자 상호간의 일치를 저해하는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내의 책임있는 인사들도 이러한 신자들의 견해를 결청해야할 것이며 가톨릭신자인 정치인이나 정치 지망생들도 교회를 아끼는 마음으로 선거의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을 절제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의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신자들의 사회의식중 민족통일이나 평화에 관심이 의외로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68.8%에 이르는 응답자들은 교회에서 남북통일을 위한 조직을 결성 하거나 통일운동을 전개하는데에 찬성을 표했다. 그리고 72.4%의 신자들은 교회가 핵무기 반대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남북분단이라는 민족의 현실인식과 이 분단상황이 민족의 파멸을 가져올 수 있는 핵전쟁을 유발할수도 있다는 시대판단의 결과를 드러내주는 것이다. 이러한 신도들의 요구는 한 민족의 대다수가 가지고 있는 소망과 일치된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교회에서는 민족적 소망과 신도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통일사목에 대한 구체적 방안의 마련과 이 항구적 평화를 수립하기 위한 적극적 대책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의 조사결과는 한국사회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려는 대다수 신자들의 결의를 엿볼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동시에 비록 적은 비율이라 하더라도 일부의 신자들이 교회의 사회교리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주기도 했다. 그러므로 오늘의 교회는 이러한 상황을 바르게 인식하여 신자들의 건전한 의견을 사목에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의 사회교리에 대한 꾸준한 교육을 전개함으로써 한국가톨릭 신도 모두가 하느님의 뜻에 맞는 건전한 사회의식을 갖도록 키워주어야한다. 이번의 사회조사결과가 사목일선에서 구체적으로 적용되어 나갈 때, 우리교회와 민족의 앞날은 보다 큰희망을 가질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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