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마다 공동체의 친교를 다지기 위해 간행물을 발간하고 있다. 교구에서 통합된 주보가 나오기 전에 조그만 크기로 발행된 주보는 신자들이 주일미사에 참여하는데 도움이 되고 공지사항을 알리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주보발행의 경비를 충당하기 위하여 신자들의 광고를 실어주거나 신자들에게 유익한 글을 싣는 정도였다.
교구마다 통합된 주보가 탄생되면서 본당에서 따로 주보를 발간할 필요가 없어졌으나 본당 공동체를 위한 간행물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내가 선택한 것은 6면 크기의 월보이다. 신자수가 그리많지 않은 중소도시에서는 이 정도의 월보로 충분한 것 같다. 한달간의 행사계획을 수립하여 신자들에게 알리고 그 달의 중점적인 사목방향을 제시하고 신자교육에 필요한 요점들을 차례로 연재하며 신자들의 글도 싣는다. 지난달에 있었던 본당의 일을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는 가십람을 만들어 신자들이 월보를 받으면 제일 먼저 눈을 돌릴 수 있는 곳이 꼭 필요한 것 같다. 글마다 필요한 것을 삽입하여 시원한 느낌을 갖도록 하는 배려도 필요하다. 물론 이런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도 있어야 한다.
월보의 편집은 적어도 몇 달간 직접 하면서 필요한 인재를 발굴한다. 각 면마다 원고량을 파악하고 제목과 컷의 크기도 알맞게 맞추면서 글이 끝줄까지 꽉 찰 수 있도록 원고를 늘렸다 줄이는 노력이 마지막 인쇄에 들어가기 전에 있어야 한다. 교정을 보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원고의 내용에 맞는 컷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서투르지만 신자 중에 그림에 소질이 있는 사람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낫다.
본당이 바뀌어 새로운 부임지로 와서 그 저번본당에서 내가 무엇을 했는지 그 동안 발간했던 월보를 하나하나 들추어 본다. 흘러가버리고 잊혀진 과거 일들이 필름을 돌리듯 떠오른다. 사목활동도 하나의 기록이 될 수 있구나. 사목자마다 이런 기록을 갖고 있다면 후배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사목 역시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선배들이 축적해 놓은 기반 위에 후배들이 한계단씩 쌓아가는 탑이 아닐까.
모든 점이 부족한 시골본당에서 또 다시 월보를 시작해 본다. 지금은 글도 편집도, 교정도 혼자서 한다. 관심을 갖는 이가 생기고, 사목활동이 이록된다. 차츰 이곳에서도 생기가 돌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