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 오후 4시 경기도 부천시 고강동 산업도로 옆 공터. 이사짐을 가득 실은 트럭을 뒤에 두고 명동성당구 내에 거주해온 상계동 철거민 40여명과 부천시청 청소과 직원 1백여명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내땅에 내짐을 풀어 놓겠다는데 뭐가 잘못됐단 말이요』
『위에서 시킨 것이라 잘모르지만 아무튼 여기에 절대 이사짐을 내려 놓아선 안돼요』
이사짐을 풀겠다는 상계동 철거민과 이를 저지하려는 시청직원들 사이에 격론이 오가기를 수차례. 급기야 작은 몸싸움까지 일면서 격렬한 수토(守土) 및 쟁토(爭土)전이 벌어졌다.
땅주인인 철거민들이 땅을 뺏으려는 쟁토전에 땅등기를 내준 시청측이 땅을 뺏기지 않으려 수는 토전에 나서는 기묘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었다.
새벽 3시까지 이어진 지리한 싸움 끝에 도봉구청으로, 다시 부천으로 이사짐을 옮기느라 밤을 꼬박밝힌 철거민들은 추위와 막강한 저항에 밀리면서 작전상(?) 후퇴를 감행, 결국 18일 이른아침 「내 땅」에서 50m 떨어진 곳에 짐을 풀어야 했다.
이에앞서 지난 1월 8일 부천시로부터 일시가설천막을 강제철거 당해 명동성당에서의 이주를 무기연기해야 했던 이들은 이날 또다른 시련을 대하면서 지난 3년간의 인고 (認苦)가 모두 허물어지는듯 찬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부천시는 이에 대해 『1월 8일 철거는 건축법에 의해 불법가설 천막을 철거한 것이므로 적법하며 17일 이사짐을 못들여놓게 한 것은 철거민들이 짐을 핑계로 재차 불법천막을 가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설명했다.
그러나 철거민들은 『1월 8일 철거이후 시청측과 협상이 진행중이었고 또 이사짐은 도봉구청에서 옮겨가라 해서 갖다놓으려한 것 뿐』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올림픽 성화봉송로인 산업도로에서 천막촌이 내려다보이는 등 미관상 좋지않기 때문에 이주 자체를 막는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천시도 인정한 올림픽과 미관상의 문제. 보기에 좋지 않기에 1월 추운 겨울에 계속 좋지않은 일이 일어나고 철거민들의 가슴에 끊임없이 못박히고 있음에 미루어 금년 올림픽의 뒤안길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과 한숨이 교차될지 염려스럽기 짝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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