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브라우스와 청빛 교복의 여대생들과 사랑으로 검게 그을려 버린 노사제의 모습이 아물거리며 뿌옇게 시야가 흐려집니다.
이제는 추억처럼 되어버린 모든 일들이 주마 등처럼 스치고 지나갑니다. 교복, 출석부 도장, 시험장 변경, 페스티발 금지 등 총장님의 엄격함과 손에 항상 묵주를 들고 기도하시는 사제의 모습, 공사장에서 총장실보다 공사장에서 더 많이 뵐 수 있었던 일꾼 총장님!
자갈밭에서 오늘의 효성을 일구셨고 어느 누구보다도 효성을 사랑하셨던 분. 전통과 자율의 시행착오 속에서, 혼돈 속에 질서를 믿으며 스스로 사랑을 속으로 삼키시고 침묵하신 분.
마지막 뵈온 서정길 대주교님 장례미사 때의 잠바차림에 짧아진 양복바지의 총장님의 쓸쓸해 보였던 뒷모습에서 효성을 진정으로 사랑하신 분께 모든 것을 잘 정리하실 시간적 여유를 드리지 못하고 같아 가졌던 불효스러운 마음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제 인간의 판단을 뒤로하고, 하느님의 판단만을 바라고 살다가신 총장님께 하느님의 사랑과 모짜르트의 음악을 바칩니다.
누구의 영혼속에 맑은 눈물이 고일까. Stella matutina Stella matutina.
故 몬시뇰 전석재 총장님 영결미사때 1988년 1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