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는 선원인 저는 아직은 깊은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미숙한 신앙인이다.
그래도 가는 곳마다 성전을 찾는 저는 어떻게 하면 하느님과 성모님께 좀더 가까이 갈수있고 참사랑을 바칠수있는 길인가를 생각하며 성전을 찾게 된다.
아득히 먼곳에서 들리는듯한 새소리와 같은 여운이 귓가를 스치는 정말 조용하고 엄숙한 성전에서의 이른 새벽 성체조배는 어느 누구에게도 얘기할 수 없는 선상에서의 상처받은 생활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렇게 지내는 중 언어의 장벽이 있는 중공의「상하이」에서 한 사람을 붙들고 중국인들이 사용하는대로「천주당」을 어렵게 물었더니 배의 제일 높은 곳으로 데리고 올라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니 과연 십자가 부분만이 눈에 들어왔고 길은 알지도 못했지만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생각과는 달리 중공에도 성전이 있는가 하고 생각을 하니 역시 만군의 야훼 우리주 하느님께서 안계신 곳은 없다고 생각하고 그날을 그냥 보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성전의 십자가가 보였던 방향으로 마냥 걸어가니 그곳은 아침장이 서는 시장통이었고 이른 아침장을 보러나온 사람들의 틈을 헤집고 빠른 걸음으로 약 20분 걸어가니 장사아치들의 행렬이 끝나고, 시골거리를 연상할 수 있는 주택가 모퉁이를 돌아서니 성전 끝부분이 좁은 골목길을 통하여 바라다 보였다.
『하느님 감사합니다』하며 성호를 긋고 종종 걸음으로 성전을 향하여 문을 찾으니 뒷문만이 열려있었다. 성당마당에 들어서니 성모상이 보이지않아 섭섭했으나 성전안에는 연로한 교우들이 묵주기도를 하고 있었다.
조그마한 성전이었지만 그래도 중공땅에서 성전을 찾을수 있도록 은총과 자애로 사랑을 베풀어주신 하느님과 성모님께 다시금 감사한 마음으로 성체조배를 하고 십자가의 길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몇몇 교우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뭐라고 얘기하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발걸음은 그네들의 손가락 끝을 따라 옮겼다.
그곳, 한쪽구석에 돌로 쌓아 만들어놓은 동굴속에서 성모님께서 미소짓고 계시는 것이 아닌가-.
기쁜 마음으로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나올수 있었으며, 출항으로 인해 미사는 참례할수는 없었지만 흐뭇한 마음으로「상하이」를 출항할 수 있었다.
성탄전날 필리핀에 도착했지만 출항해야 하기에 성탄자정미사에 참례할수 없어 오후에 미사를 봉헌하고 다시「상하이」로 출항하여 닷새후 다시「상하이」에 도착하여 토요일 아침에 다시 그 성전을 찾았다.
성체조배후 묵주기도 1단을 바치고 난뒤 78세의 고령임에도 건강하게 보이는 본당신부님과 한자리에 앉을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됐다.
해가 바뀐 88년 1월 3일이었지만 크리스마스 카드와 다과 대접을 받고, 또 천주님의 성심이 색실로 수놓인 하트모양의 스카풀라를 나의 가족수대로 선물 받았다. 그러던중 다음날(4일) 아침 7시에 주일미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아침에 출항하지 않는다면 미사에 참례하리라는 약속을 하고 사제관을 나왔다.
다행히 다음날 출항은 오후로 결정났다는 얘기를 듣고 하느님과 성모님께 감사드렸다.
주일아침 성전을 찾으니 자리를 가득메운 조그만 성전의 맨앞 다음 자리에 앉아 우리 나라와는 많은 차이가있는 미사에 참례하였다.
미사의 시작과 함께 바로 신부님의 강론이 약 15분간 있은후 바로 성찬예식으로 들어갔다.
신부님의 강론시간 외에는시종일관 장궤틀에 무릅을 꿇고 미사를 봉헌하는 등 우리 나라의 예절과는 많은차이가 있었고, 제대주위에 세워져 있는 난간 위는 하얀천으로 둘러쳐 있었는데 제대 앞에 무릎을 꿇고 그천위에 두팔을 올려놓으니 옆의 교우 한사람이 천밑으로 두팔을 넣으라고 일러주어서 나로서는 어느 누구도 상상할수 없는 고귀한 성체를 영할 수가 있었다.
폐쇄된 중공사회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 미사였지만 성체강복을 받고 성전을 물러나올 수 있었다.
생각지도 못하였던 중공에서 그 고귀한 성체를 영할수있는 은총을 허락하신 천주님과 성모님께 내 마음안의 깊은 참사랑을 바치며「싱가폴」을 향해 기쁜 마음으로 항해할 수 있었다.
김스테파노<기항중「싱가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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