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신부님을 못 뵈온 것이 벌써 10일이 지났어요. 24일 밤 자정미사 때 말씀하신「당분간」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요.
저는 신부님 표정이 언제나 웃으시고 좋으면서 그렇게 편찮으신지 몰랐어요.
참 제 소개가 늦었나 봅니다. 저의 이름은 박종용이고 아직 세례를 받지 못해 세례명은 없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지난해 12월 23일 날「마리안나」로 세례를 받으셨어요.
저는 신부님께 편지쓰는 것을 전에도 생각했었지만 신부님께서 입원하신 병원 이름도 주소도 몰라 편지를 못 썼는데 매일 미사때 뵌 교리 선생님께서 편지를 전해 주시겠다고 하셔서 이렇게 신부님께 편지를 씁니다.
신부님!
지금 몸은 좀 괜찮으신지요?
신부님께서 본당에 안 계시니까 왠지 허전하고 이상합니다. 하긴 제가 성당에 처음 나가서 뵌 신부님이시니까 그런가보죠.
저희 5학년 교리반에서도 신부님 걱정을 하고 어서 완쾌하시도록 기도하고 미사가 끝날때에는 묵주의 기도도 드립니다.
신부님께서 안 계시니 본당에 계실 때의 여러가지 모습이 떠오릅니다. 강론 하시던 모습, 미사 때 우렁차게 노래 부르시는 모습, 미사를 끝내시고 마당에서 담배를 입에 무시고 저희들 보고 웃으시는 모습, 모두가 그립고 지금도 그랬으면 하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신부님!
신부님 건강을 위해 기도 드리며 이만 연필을 놓겠습니다.
신부님!
하루 속히 완쾌하시기를 빕니다
1988년 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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