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
선생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저는 잘 있어요.
그런데 시간이 왜 이리 빨리 가는줄 모르겠어요. 그리고 제 마음엔 2학년이 된지 3~4달쯤 지난것 같지만 그게 아니에요. 그리고 엄마는 저보고『이렇게 조그만한게 벌써 3학년이냐?』하고 자주 말씀하셔요.
우리 둘째 삼촌이 1월 18일이면 결혼하셔요. 둘째 삼촌 색시 될 사람이 아주 예뻐요. 예쁘고 상냥하고 친절해요. 그리고 막내 삼촌도 3월달에 장가가요.
큰이모, 엄마, 막내이모, 외삼촌 둘째 삼촌, 막내 삼촌이 다 결혼했고 결혼할 것인데, 은행 이모는 노처녀예요.
은행 이모는 제 대모님이예요.
은행 이모를 보면 생각하게 돼요.
나도 결혼 안 할거라고…….
저는 커서 수녀님이 되는게 제 꿈이예요.
엄마가 수녀님되려면 시집가지 않아야된대요.
그때부터 생각하게 돼요.
우리 엄마와 아빠는 사이가 무척좋아요. 저는 엄마 아빠가 조금이라도 다투는 것을 못보았어요. 우리집은 돈이 모자라지만 엄마가 아빠한테 돈가져오라고 다툰적도 없어요.
그럴때보면 나도 아빠같은 사람만나서 시집가고 싶어요.
선생님!
이제 저는 3학년이예요.
3학년이 되어 반이 갈라져서 친구를 못보게되면 어떻게하나 걱정이 돼요.
선생님도 못보면 어떡하나 선생님 걱정도 되요.
참 선생님 그곳 소식은 어때요? 선생님 혹시 감기 걸리지는 않았어요.
저는 건강해요.
요번에는 답장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여지껏 궁금한게 하나있어요. 선생님들은 방학이 되어도 학교에 나가시나요? 아니면 집에 계시나요? 제가 궁금해하는 것은 이거예요.
엄마가 그러시는대요 어쩌면 우리 이사갈지 모른대요. 그러나 몇달 지나서 갈거예요. 그러나 학교 전학은 안한대요.
조금 남은 방학 알차고 씩씩하고 보람있게 보낼께요. 그러면 그동안 안녕히 계셔요.
1988년 1월 13일 최선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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