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화장실을 보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카메라 가방하나 메고 걸어다니면서 구경을 하면 화장실 찾기가 그리 쉽지않다. 독일을 여행할 때 큰일을 보기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동전을 집어넣어야 열리게 되어있는 문짝을 보고 울분을 터트린 적이 있다. 반면에 영국의 거리에는 곳곳에 화장실 표지판이 있고 관리인까지 두어 향수냄새가 풍길 정도로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어 공짜로 피로를 풀 수가 있었다. 스페인의 역에는 여행자들이 동전 한 두개로 세수도 하고 면도도 하며 샤워까지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외국의 여행자들이 우리나라를 걸어 다니면서 구경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올림픽을 대비해 많은 노력을 해서 곳곳에 화장실을 만들어 놓고 큰 건물에 화장실 표지판을 세워 놓았으나 중소도시의 경우 화장실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새로운 본당에 부임하여 화장실을 확인해 본다. 신자들이 서로가 부끄러워할 정도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수세식을 사용하는 집안의 사람들은 어른이나 아이를 막론하고 화장실이 필요하면 자기 집까지 가서 용무를 본다. 화장실을 신축하기 위해 의견을 물어본다. 퐁당퐁당이냐? 수세식이냐? 좌변기냐? 사목위원 중에 연만하신 분은 좌변기를 반대한다. 서울 아들 집에 가서 화장실에 들어가면 며느리가 앉았던 변기에 앉을 수가 없단다. 하물며 누가 앉았는지 모르는 변기에 어떻게 앉아서 용무를 보느냐. 어떤 분은 걸터앉으면 힘을 줄 수 없단다. 결국 수세식과 좌변기 두 가지로 신축을 했다. 가스보일러를 설치했더니 지식인이라고 하는 분들도 너무 호화스럽다고 불평이다.
손님들이 오면 수녀님은 화장실부터 안내하며 자랑한다. 우리 본당은 화장실 성당이라나. 동네 사람들이 성당을 즐겨 찾는다. 용변을 보러. 그러나 휴지가 남아나지 않고 재털이를 빼가고 비누를 가져간다. 화장실 청소를 하는 자매님들은 화장실 문을 잠그라고 아우성이다. 우리의 문화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니 어찌하나. 교육을 시킬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화장지를 가져가면 채우고 재털이를 빼가면 다시 달고 비누도 다시 놓으면 된다. 언젠가는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겠지. 욕심을 부린다면 성당 화장실을 애용하다 보면 한번쯤 그 안에서 예수님 생각도 나겠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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