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연사흘간 서울을 비롯 경기ㆍ강원ㆍ충청도 일원 중부지방에 쏟아부은 때아닌 초가을 폭우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65년만에 밀어닥친 최악의 이번「가을 물난리」는 곳곳에서 산사태를 일으키고 제방을 유실시켜 일가족 모두가 압사당하는 등 수많은 인명피해를 속출시켰고, 가옥과 농경지를 무차멸적으로 침수시켜 수천억원의 재산피해를 초래, 수만명의 이재민을 발생하케 했다.
더군다나 기상대가 강수권역(降水圈域)이 충남ㆍ경북지역 등 남부지역으로까지 점차 확대될것이라고 예보, 우리를 더욱 걱정스럽고 불안토록 하고 있다.
이번 폭우로 오늘날 인류가 아무리 첨단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하더라도 자연이 내리는 재앙(災殃)에는 어쩔 수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일면 서글프고 참담하게, 가슴을 답답하게 짓누르지만 또 한편으로는 대자연의 이변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새삼 가져야 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재난 앞에서 설령 자연의 재난에는 어쩔수가없다 하더라도, 곧「어쩔수 없는 기상이변」에 의해 장대처럼 퍼붓는 폭우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하더라도, 이 폭우가 빚어낼 인명ㆍ재산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예컨대 서울지역의 이번 수해는 지난 87년의 수해를 겪고난지 불과 3년만에 또다시 당하는 것이어서 그동안 당국의 수해대책이 얼마나 소홀했는가를 가히 짐작할만하다. 또한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매년 연례행사처럼 폭우와 태풍의 재난으로 한바탕 나라 안이 아수라장이 되고나면 당국의 치수(治水)사업 등에 허점이 있다는 사실이 지적돼온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여하튼 차제에 당국은 기상이변을 제대로 파악, 예보할 수 있는 기상정책을 새로이 재검토하고 수방시설관리와 대책수립에 더이상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갑자기 밀어닥친 이 재단에 망연자실해서 허탈한 심정을 토로하기 보다 국민 모두가 하나같이 단결하여 이 수마의 상흔을 하루빨리 치유하는데 예지와 역량을 모으는 일이 시급하다. 이러한 일에 무엇보다 교회가 큰 정성을 가지고 앞장서야 하는 것은 두말한 나위가 없을 것이다.
교회가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목적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는 인간이 가장 두려움과 실망보다 새 삶에 대한 희망을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리스찬들은「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이 가장 어려울 때에 교회는 가장 큰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
망연자실해서 허탈감에 빠져있는 우리의 이웃, 이재민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눠주고, 그들에게 빛을 밝혀 주는데에 신앙인 모두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