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은 제21회 구라주일이자 제35회 세계 나병의 날이다. 이미 대개는 알고있는 사실이지만 구라주일은 지난 68년 한국 주교회의가 나병을 퇴치하고 나환우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특별히 제정한 주일이다.
주교회의가 구라주일을 설정, 전교회적으로 특별헌금을 봉헌토록 한 것은 바로 사회와 가정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당한채 어둠의 나날을 보내야하는 나환우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의 발로였다. 사랑의 마음으로 비롯된 한국교회의 구라사업은 교회의 관심과 지원속에 지난 21년간 그들의 고통과 절망을 어느 정도 축소시키는데 큰 몫을 담당해왔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특별헌금 가운데 구라주일 헌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면서 매년 상위의 자리를 지키고있음도 구라사업에 대한 교회의 관심도를 가늠케 해주고 있다.
지난 20년간 한국교회의 구라사업은 나환우들에 대한 정신적 물질적 지원이라는 외형적 결실 외에 사랑의 나눔정신을 교회전체로 확산시키는 또 다른 이점을 교회에 선서했다. 개인구령에만 안주, 소극적인 신앙관을 가지고 있는 신자들에게 구라사업은 작은 사랑이라도 하나로 모은다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이웃사랑의 정신을 보편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교회 안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장애자ㆍ미혼모분야 등 무수한 복지사업들은 이미 20여년전 나눔의 정신을 힘겹게 시도한 구라사업의 교육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만큼 한국교회와 구라사업은 끈끈한 연대감속에 묶여 20여년을 지내온 셈이다.
그러나 21번째 맞는 구라주일이지만 구라사업 종사자들과 나환우들의 얼굴은 밝지가 못하다. 이제 2년 뒤인 1990년이 지나면 20여년간 교회의 사랑을 받아온「구라주일」은「구환주일」이라는 이름 속에 합쳐져 그 모습을 잃게되기 때문이다.
지난 85년 가을, 주교단의 결정에 따라 이미 나사업 연합회와 여타 구라사업 단체들ㆍ후원회들은 구라주일 폐지에 대한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 실시해오고 있지만 막상 2년 앞으로 닥친「그때」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지는 모양이다. 물론 구라주일이 구환주일로 변경되는 것은 여건과 상황변화에 따른 필연적 조치일 것이다. 복지사업의 다양화 추세를 보더라도 이는 바람직한 결정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현재 각 정착마을은 물론 요양원에 수용돼 있는 나환우들의 노령화, 불구정도를 지켜볼 때 구라주일 폐지는 좀 성급한 결정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 비록 환자 발생율이 현저히 줄고있다 하더라도 나환우들의 고령화는 정착촌의 경우 자활의 기능이 마비될 뿐 아니라 불구 요양원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구라사업에 관한 선진 여러 나라로부터 큰 빚을 졌다. 그들에게 그 빚을 갚을 필요성이 없다면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다른 이웃을 찾아야한다. 그것이 도움을 받는 우리가 마땅히 취해야할 도리이다. 따라서 교회는 구라주일 폐지시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다시금 모색하도록 촉구하고자 한다. 구라주일이 우리가 남을 생각하는 날로 존속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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