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시인「김준태」는 그 비극의 날에 이렇게 읊었다.
『아 아, 광주여 광주여
이 나라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무등산을 넘어
골고다 언덕을 넘어가는
아 아, 온 몸에 상처 뿐인
죽음뿐인 하느님의 아들이여…』
나는 지금 이 영원한 청춘의 도시가 골고다 언덕을 다시 넘어오는 환상을 그려보고 있다. 그러나 이내「25시」의「요한 모리츠」처럼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참담한 심정으로 빠져든다. 나의 환상은 실로 8년만에 광주타래를「의거」로 개명하자는 논의가 벌어지고 있음에서요, 지난날의 사례를 들춰보면 결국 나가리고아웅하고 말 것이기에 곧 참담해지는 것이다.
12대 국회가 개원되었을 당시 민정당 대표위원이었던「노태우」씨는 국되연설에서『아직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른바 광주사태로 오도된 관점과 근거없는 유언비어에 따라 논란하고 물의를 야기시킴으로써 국론의 분열을 재촉하고 국민적 화합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이후 그의 시각이 달려졌다는 객관적 증거는 하나도 없다. 그러한 그가「민주화합 추진위원회」라는 것을 급조하여 어떤 결과를 내리라는것도 짐작이간다. 광주의 비극은 그저 상처의 흉터나 매만지는 성형외과적 화합책으로 치유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거짓의 썩은 부위를 그대로 덮어둔 채 겉만 다듬고 만다면 안으로 썩어들어가 결국 생명까지 위태롭게 할 뿐이다. 따라서 광주사태의 진정한 해결책은 그 진상을 사실대로 밝히는 일이요, 그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하는 일인 것이다.
나는 광주사태를「광주민중학살사건」과「광주민중항쟁」의 두가지 측면으로 보고있다.
즉 광주사태의 시발은 광주시민이 아니라 계엄군으로 투입된 공수부대에 의해서였고 그 만행에 분노한 시민들이 자위적 저항으로 발전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화려한 휴가」라는 작전명령으로 시작된 공수부대의「잔인한 살륙」부터 그 원인과 배경과 과정이 소상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광주시민은 그러한 엄청난 폭력에 대하여 의로운 항쟁은 전개했을 따름이다.
무차별 살상에 대처하기 위해 부득이 총기를 갖기에 이르렀지만 은행강도 한차례 없었고, 병원에는 헌혈자가 줄을 이었으며 이웃간에는 식량을 나누어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솔직이 말해 그때까지 별볼이 없는 도시라고 생각했던 내고향 광주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한 광주의 상황을 군부세력은 철저한 언론통제를 통해 지역감정에 의한 폭동으로 몰아붙였다. 그들이 저지른 만행을 온몸으로 체험한 광주시민들도 듣는 방송을 통해 그러한 내용은 모두 유언비어라고 했다.
광주시민은 속절없이 폭도가 되어야 했고, 광주는 소탕되어야할 도시로 널리 인식되었다.
「마르틴 루터킹」목사는『백인들의 죄의식이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두려움을 낳았다. 백인들은 흑인들이 어떻게 해서든 권력을 쥐기만하면 당장 오랫동안 쌓여온 백인들의 불의에 대하여 똑같이 처절한 복수를 감행하리라고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오늘의 광주에 대해 멍에를 지고있는, 집권세력에게 대입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 대통령 선거가 끝내 원천부정으로 얼룩져버린 것은 진실을 감추려는 악업의 계속일수 밖에 없었다. 선거기간 중에 추악한 지역감정을 부추겼던 것도 거짓을 일삼는 악행의 연속일수 밖에 없었다. 광주민중학살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간여했다고 여겨지는 여당후보에 대한 항의시위도 지역감정 때문이요,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선거무효를 주장하는 의로운 투쟁도 지역감정의 발로라고 매도했다.
그결과 나라의 꼴은 마치 실밥터진 조각이불 몰골이 되어버렸다. 일찌감치 남북으로 찢겨져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있는 처지인데 이젠 동서로까지 갈라져 서로 반목의 골을 깊게 파고있다.
영남지방에서 나돌고 있다는 광주에 관한 터무니없는 소문만해도 그렇다. 광주가톨릭대학에 입시를 치루러온 학생은 교수신부에게『광주에서는 경상도 사람에게 밥도 팔지않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고속도로휴게소에서 한 오너드리버는 광주교구 사제에게『광주에서는 경상도 차량에 기름도 넣어주지 않는다는데 경상도 넘버를 달고들어가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이런 소문들이 한낱 우스개소리라면 다행이겠지만 이로 인해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있다는 것은 커다른 비극이 아닐수 없다. 광주일보는『호남과 농축산물 거래중지를 통보해오고 있는 영남거래선 속출』이라는 뉴스를 전한다. 기독교 방송은『개신교교파 집회에 참석한 광주의 어린이 합창단이 울산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해 거리를 헤맸다』는 기막힌 소식도 전한다. 이러니 시중에서「신(新)삼국시대」니「지역공화국시대」니하는 엄청난 이야기들이 예사롭게 나돈다. 불의한 권력이 끼친 해악은 이처럼 크고 무서운 결과를 빚어내는 것이다.
나라가 남북으로 당강난 것은 이 민족의 잘못만도 아니며, 그걸 이어 붙이는 일 또한 이 백성의 힘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회세를 탓하고 주변정세에 핑계를 댈 여지라도 있다. 그러나 동서로 쪼개진 것은 책임을 전가할데도 없고, 그걸 꿰매는 일 또한 남에게 미룰수 없는 것이다. 나는 갈갈이 찢겨진채 널브러져있는 이 나라를 꿰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광주의 비극이 완전히 해결되어야한다고 믿는다.
아래에서는 계란으로 바위를치는 무모한 짓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진실은 결국 거짓을 이기니 때문이다.
「톰 헬더 까마라」대주교는 골리앗을 눕힌 다윗의 돌팔매를『하느님께서 신앙, 진리에의 신뢰, 정의에의 신뢰, 선에의 신뢰, 사랑에의 신뢰』라고 말했다. 광주의 신실을 밝히고 그 치유책을 얻는 데에도 이 이상의 무기는 없을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