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8시경 일치기도회가 막 끝난 부산 수정성당 사제관.
사제관에는 부산지역 시구교일치위원회 위원장 하얀또니오 신부와 수정본당주임 박용조 신부 및 이날 기도회의 설교를 담당한 인근 부산진교회 담임 이기은 목사 등이 모여 일치운동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원래 교회는 하나였지 않습니까. 이젠 다시 하나로 만들때가 됐습니다』
『예, 옳습니다.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라는 서울올림픽 표어처럼 모든 교회는 그리스도로, 그리스도는 모든 교회로 와야합니다』
이들 성직자들은 사명의식을 가진듯 보였고 대화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외롭게 보였으며 미래에 대한 확신같은 것은 뚜렷이 서있질 않은듯했다.
『우선 신구교 성직자들끼리 대화가 이루어져야 할텐데… 같은 동네에있는 교회의 목사가 누구인지, 성당의 신부가 누구인지조차도 모르는 형편이니』라며 한성직자는 탄식조로 말했다.
『이번에 개신교「고신파」의 한교회에 일치기도회 개최를 의뢰해 봤습니다만 일언 지하에 거절당했습니다』부산교구 일치운동의 대부라 불리는 하신부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늘 하는 사람만하고 새로우 참가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이들의 대화속에서 한국 그리스도교의 일치운동은 한낱 연례행사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주교회의 산하와 각교구마다「일치위원회」가 조직되있으나 매년 이맘때 열리는 일치주간에 한두차례, 그것도 부산교구 등 몇몇교구만 합동기도회를 개최하고 신자들에게 가톨릭기도서 81쪽에 있는「그리스도교 재일치를 위한 기도」문 낭송요청으로 만족하는 듯이 보인다. 구체적인 사목적 방침이나 방법은 도외시한 채.
『많은 사람들은 교리가 다르다고 아예 엄두조차 내지않고 있습니다. 교리상으로 하나되는게 일치운동의 참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집안친척들중 목사도 있다는 박신부가 말을 받아『서로 다른 특성을 살려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기도하고 사랑할때 일치운동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것 아닙니까』라고 말할 때, 밖에서는 개신교 ㆍ 천주교신자들이 서로 대화하는 소리가 정다운 웃음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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