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지붕 밑에서 세가족이 함게 살고 있는 가난한 셋방살이 이웃들이다.
그중 우리 집만이 천주교회에 다니는 집이기에 나는 양쪽 집들을 위하여 늘 기도해왔다.
그러던중 지난 1월 15일 오후 8시경 나는 직장 숙직실에서 숙직근무 중에 뜻하지 않은 비보를 들었다.
새로 이사를 온 옆방에 아홉살짜리 귀염둥이가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처음에는 교통사고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맹장수술을 못하였기에 복막염으로 죽었다는 것이었다.
『맹장』
단돈 10만원만 있었어도 수술 받을수 있었을것을 죽을 때까지 버려둔 그의 부모들을 원망하다가 문득 나는 나 자신을 원망해본다.
나는 천주교신자로서 실제로 본당 사목위원이면서 레지오 단장직까지 맡은, 소위 크리스찬으로서 가난한 이웃과 환난자들을 찾아 방문하여 돌보며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 여러 곳에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고 열심히 전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레지오 정신을 저버리고 가장 가까운 이웃의 어렵고 딱한 사정을 몰랐으니…아니, 차라리 모른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어긴 것이다. 그후 장례절차를 도와 장례를 모두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그 무엇이 나를 주님 앞에 죄인되어 머리를 조아리게 하는가.
그리고 23년간의 신앙생활 8년간의 레지오단원생활 그리고 그동안 행했던 모든 활동과 기도. 이 모든것들이 한 순간에 공염불이 되어버린 기분에 몹시도 허탈하다. 순간 나는 또한번 나의 미약함을 실감케 한다. 모든것이 주님의 능력인 것을…
앞으로는 단 한순간도 주님을 망각하지 않겠노라고 다 짐하면서 그저 죄송할 뿐이다.
우리 모두 진정 참된 크리스찬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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