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척 쌀쌀한 어느날 아침, 일찍 학교로 향했다. 볼은 붉은 빛을 띠고 발은 동동굴리면서 버스를 기다리다 버스에 올랐다. 차안에는 몇몇 학생과 아주머니들, 그리고 커다란 짐을 통로에 놓고 차창밖을 물끄러미바라보는 할머니…
나는 할머니를 바라보다 뒤쪽으로 가 있다가 학교 앞에서 내릴려고 하는데 그 할머니께서도 큰 짐을 한 손으로 질질 끄시면서 출구로 나오셨다. 그때 나는 할머니의 검은 손에 쥐어져 있는 짐을 바라보고「저짐을 들어드려야지」하고 생각했는데 행동은 마음과 달랐다.
그때 나는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았던 것이다. 할머니께서 큰짐을 끌고 내리시는 동안 줄곧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는 금방 차에서 내려 그 할머니를 뒤로 하고 학교를 향해 종종 걸음쳤다.
학교에 도착한 후 줄곧 할머니와 그 큰 짐이 머리속을 맴돌았다.「왜 그때 할머니를 도와드리지 못했을까?」「나는 왜 생각한것을 실천하지 못했을까?」
그날 학교를 파하고 토요미사에 참례하니 아침의 행동이 더욱 부끄러워 졌다. 그날 미사의 복음말씀은「열처녀의 비유(마태오 25,1~13)」였다. 신부님께서 강론중『앉으나 서나 당신생각, 앉으나 서나 당신생각…』이란 말씀을 하셨다. 이 말씀은 언제나 주님을 생각하고 사색하는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하자는 뜻이 담긴 것이었다.
나는 또 한번 고개 숙이고 가만히 생각했다.「오늘 아침 나의 경솔한 행동을 주님께서 보시고 얼마나 슬퍼하셨을까?」「나는 왜 그때 십자가 지신 예수님을 생각하지 못했을까?」그리고 조용히 기도드렸다.「저의 잘못을 용서해 주셔요」라고.
「내가 주님을 생각하는 사색하는 신앙인, 용기있는 신앙인이었다면 그렇게 경솔한 행동은 하지 않았겠지」이 차가운 계절, 우리 신앙인의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에게 따스한 정을 나누어 주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주님의 따스한 미소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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