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사목을 하다 본당신부로 처음 부임을 하여 한 달도 채 못되어 허술하기 그지없는 성전을 보수할 결심을 하였다.
사목회장님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내니 사목협의회를 개편할 수 밖에 없었다. 엄청난 공사를 계획하고 있는 본당신부의 뜻을 맞춘다는 것이 신자들로서는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전 신자를 대상으로해서 모금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목위원들로부터 신립을 받을 계획을 세웠다. 결국 본당신부와 사목회장과의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 사목회장님은 신자들의 존경을 받는 신실하신 분이다. 교직에 오랫동안 몸담고 계신 분으로 신앙의 연륜도 퍽이나 깊다. 한달이 지났을까. 사목회장님이 찾아와 그 동안의 고민을 설명하고 얼마를 신립하겠다고 액수를 밝혔다. 그분의 생활에 비추어 퍽 많은 액수이고 이쯤되면 본당신부가 기뻐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목표액의 신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그 정도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분께서 말씀하신 액수의 배가 넘게 요구를 했다. 『그러시면 집을 팔아야겠네요』『사목회장하시다가 집 팔았다는 얘기 한번 들어봅시다』이런 대화가 오고 가다가 자정이 돼서야 돌아가셨다.
다음 날 아침 사목회장님이 쓰러져서 응급실에 계시다는 전갈을 받았다. 뛰어가보니 산소 호흡기를 코에 꼽고 신음하고 계셨다. 손을 잡으니 눈물을 주르르 흘리셨다. 한달 이상 입원하셨다 퇴원하시어 몇 달간 요양하신 다음 언젠가 평신도 강론을 하셨다. 그 내용은 「신부님께서 말씀하셨을 때 쾌히 들어 주었더라면 이렇게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신앙이 약해서 곧바로 들어드리지 못한 점 죄송하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가족에게 금전적인 커다란 은총도 주셨다」는 것이 요지였다.
얼마 후 회장님은 밝은 모습으로 찾아 오셨다. 딸아이가 출가해서 몇 년이 지나도록 아기를 갖지 못하여 고생을 했단다.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 보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아기를 가졌단다. 믿어지지가 않는단다. 그 후에 아기를 순산하여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사목회장님도 다른 본당으로 가셨고 본당신부였던 나 역시 그 본당을 떠났다. 피와 땀이 배인 그 아름다운 성전을 등지고 우린 과연 누구를 위해 오랫동안 그 고생을 했던가. 숱한 상처들이 아직도 아물지 않은 채. 『사목회장님, 우리의 노력은 잊혀질지 몰라도 아름다운 찬미의 소리는 우렁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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