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대구 양 대교구에서 각각 독자적으로 방송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가 최근 보도됐다. 또한 서울대교구는 방송국 설립 추진과 함께 주간 신문창간에도 착수했다고 공식발표, 교회 매스컴 양산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가톨릭의 방송국 설립은 오랜 염원이었다. 현대사회의 복음화라는 측면에서 매스미디어, 그 가운데서도 전파매체의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방송 전파매체는 서울대교구 재단법인 「평화방송」 설립추진위가 취지문에서 언급한대로 『시간과 동간의 구별없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쉽게 전달될 수 있고 그것을 통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를 그리스도교화할 수 있는 큰힘을 지니고 있다』는데 근본목적이 있다.
가톨릭 방송국의 역할은 효과적인 복음화의 수단으로서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다.
가톨릭의 전파매체 운영은 지금까지 전무한 상태였던데 비해 개신교는 오래전부터 전파매체를 통한 선교에 주력, 가톨릭은 이 부문에서 상대적인 열세를 극복하기가 힘들었었다.
신자들의 전파매체에 대한 욕구는 그 어느 분야보다도 강력하여 지난 80년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준비위원회의 2백주년기념 요망사업 중 단연 1위를 차지했었다. 그리고 2백주년기념 최종평가회의에서도 가톨릭종합대학 설립과 가톨릭방송국 설립은 향후 가톨릭의 회우선 사업으로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의 시대상황은 방송국설립이 거의 불가능하였을 뿐 아니라 추진 계획조차 소극적이어서「필요는 하지만 어렵다」는 체념으로 일관해왔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가톨릭 방송국의 설립이 현실로 우리 앞에 다가와있다. 사회민주화와 병행하여 탄생되는 가톨릭방송국은 이러한 점에서 복음화와 함께 정의롭고 평화스럽고 사랑이 넘쳐흐르는 이 사회의 진정한 민주화 추진작업에도 일익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서울과 대구대교구에서 추진하고있는 방송국의 명칭은 「평화방송」과 「대구가톨릭방송」으로 각각 내정돼있다. 명칭은 다르지만 그 취지와 목적은 다를 수가 없다고 본다.
이같이 서울과 대구가 각각 독자적으로 가톨릭 방송국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두 교구 모두 단파방송인 FM방송을 추진하고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인 방송망을 갖출수 있는 AM방송은 현실적으로 빠른 시일내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할 뿐 아니라, 허가가 난다하더라도 제반 여건이 불비로 현단계에서는 FM방송이 적격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FM방송은 지역적인 한계성을 극복하기 어려운 단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양교구 방송국간 프로그램교류 등 긴밀한 협력관계가 요청되며 제3 제4의 교구 방송국 설립 추진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FM방송의 경험을 축적, 명실공히 전국적인 방송망을 갖춘 AM방송국 설립과 나아가서 현대 「전파매체의 총아」로 불리우는 TV매체 설립에까지 도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가톨릭 신문은 현재 대구대교구가 발행하는 주간 「가톨릭 신문」이 유일한 가톨릭 신문으로서의 기능을 담장해오고 있다. 그런데 기존 「가톨릭 신문」과는 별개로 서울대교구가 방송국 설립추진과 함께 주간 가톨릭신문인 「평화신문」 창간을 선언, 국내 가톨릭 신문은 앞으로 양립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평화신문」은 오는 4월 3일 부활대축일을 기해 창간예정이어서 방송국 설립보다 훨씬 앞서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서울에서의 가톨릭신문 발행논의는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의 「가톨릭 신문」은 비록 주간지이기는 하지만 국내 가톨릭의 유일한 신문인데 비해 발행처가 지방(대구)이라는 점 때문에 서울에서의 가톨릭신문 발행문제는 계속해서 논의의 대상이 돼왔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한 원로평신도는 1970년 본보 신년호 기고를 통해 서울에서의 또 다른 가톨릭 신문 발행은 독자의 양분화 현상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만일 그 지면의 경쟁이 교회내 보수와 혁신의 대변지같이 양립한다면 언뜻 이상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실제로는 교회내 교구와 교구, 신자와 신자 사이에 분열과 대립을 초래하여 그야말로 교회관이나 신앙생활의 혼미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한바있다.
이러한 우려가 한낱 기우일수도 있고 모든 여건과 상황이 약 20년전인 그때와 지금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는 있으나 자칫 방심하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소지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서울에서의 가톨릭 신문 발행이 진정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교회의 소명을 다하고 이같은 우려가 한낱 기우에 불과토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존의 「가톨릭 신문」과 협조 보완하는 관계가 유지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도 일간지 인터뷰를 통해서 이 점을 직시, 천명한바 있어 고무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극히 일부에 국한되고 있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벌써부터 내 편, 네 편을 구별하려는 치기와 기존 「가톨릭 신문」의 존재를 감정적으로 거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자세는 인간의 기본 도리일 뿐 아니라 우리교회로서는 특히 솔선수범해야할 일이다. 특히 언론매체의 최후 선택권은 독자에게 있음을 잊지말아야 하겠다. 이러한 풍토조성이 선행될 때 선의의 경쟁을 통한 가톨릭 언론의 발전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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