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명축일을 맞이하는 신자들에게 조그만 선물이라도 보내 축하해 주고싶다. 요즈음 어린이들까지 생일파티를 거창(?)하게 하는데도 자기 영명축일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신자들이 대부분이다.
먼저 신자 개인카드를 만든다. 성명, 세례명, 주소, 생년월일, 영명축일 등을 적어 놓는다. 도서카드를 주문해서 일정한 카드에 일일히 기록한 다음 세례명별로 분류한다. 어려운 일은 같은 세례명이라도 축일이 다른 경우가 있다. 가정방문 때 하나하나 확인하지만 자기 영명축일도 모르는 분들에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축일카드를 만드는데 어떤 사진이 좋을까? 성탄절 본당에서 정성껏 꾸며놓은 말구유를 영상에 담아 예쁜 카드를 만든다. 해마다 말구유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말구유를 더욱 정성드려 꾸며놓을 수 있다. 새롭게 심혈을 기울여 보수한 성전의 사진도 신자들에게 커다란 선물이 될 수 있다. 카드 디자인도 구상하고 동판처리, 인쇄과정도 참여하면 번거롭고 짜증도 나지만 애착이 가고 소중하게 여겨진다.
한장 한장 싸인을 해서 영명축일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영명을 가진 사람들을 기억하며 진정으로 축하하는 마음을 전달한다. 몇몇 신자들에게서 감사의 편지가 날아든다. 신부님께서 저를 기억하고 축하해 주어서 고맙다. 영명축일을 모르고 지났는데 덕분에 알게되어 기쁘다. 생전 처음 영명축일 카드를 받으니 어리둥절하다. 불평의 소리도 들려온다. 왜 나는 빠졌느냐? 영명축일일자가 틀린다.
대부분의 신자들은 반응이 없다. 그러나 본당신부가 언제 본당신자 하나하나를 기억하며 진정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본당신부의 구체적인 관심의 징표가 신자 개개인에게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어떤 신부님들은 하나하나 손을 잡고 다정다감하게 인사를 나누고 구체적인 관심을 표시하신다. 나같이 비유가 없는 사람이 어쩌다 악수를 하면 있는 사람만 좋아하네, 무엇하네 하면서 구설수에 오른다.
얼마 전부터 어느 출판사에서 영명축일 카드가 나왔다. 신자들끼리 본명축일을 축하해 주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기대된다. 본당에서 몇 년이 지나니 의례적인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새로운 신자들의 격려가 카드를 계속 보내주는 활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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