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9월이 되면 순교자성월을 맞아 왔다.
교회는 금년에도 교구 혹은 지구차원의 순교자현양대회나 본당차원의 성지순례행사를 개최하면서 신자들에게 순교자신심을 북돋아주려고 노력해 왔다.
본당에 따라서는 미사 후 「순교자들에게 드리는 기도」를 바치기도 했으며, 순교자를 주제로 한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또 교구에 따라서는 순교자현양음악회를 개최하고. 관할구역내에 성지가 있는 본당은 성지단장에 특별한 힘을 쏟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최근들어 순교자에 대한 공경심의 열기가 점차 식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단적으로 말해서, 신자 대부분은 순교자에 대해 무관심해지듯 하다.
순교는 원래 「증거」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였다.
교회사적으로 볼 때도. 로마제국이 4세기초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를 중단하고 종교자유를 허용했을 때 당시 크리스찬들은 성령의 감도에 따라. 순교외의 「증거」생활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이 오늘날의 수도생활의 기원이 된 것을 생각하면 그리스찬생활이란 바로 「증거」생활인 것을 여기서도 느낄수 있다.
우리가 지금 순교자에 대한 공경심이 희박해졌다고 말하는 것은 단순히 순교자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 순교를 감행하게 하는 「원인」 곧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감퇴 및 진리에 대한 「증거」생활이 흐릿해져가고 있지 않는가에 대한 우려이다.
오늘날 세태는 참으로 무섭게 흘러가고 있다. 정신보다는 물질이. 생명보다는 돈이 중시되기 일쑤고 윤리도덕은 형편없이 추락되었으며 바르게 살려는 행위가 곧잘 바보짓으로 통하기 예사다. 그러나 정작 더 큰 문제는 복음을 증거해야할 신자들이 세태에 영합해가고 있는 점이다.
교회내 많은 인사들은 이 오염된 세태를 정화하고 현세질서를 그리스도교화 해야할 신자들의 생활이 이젠 비신자들의 모습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것은 신자라고해서 낙태ㆍ불임시술자의 비율이 비신자보다 낮은 것도 아닐 뿐아니라 주일미사 불참자비율의 증대 및 혼배성사받는 이의 비율보다 관면혼배자비율이 급속히 높아져가는 현상외에, 신자가정에서도 가정기도를 공동으로 바치는 가구의 비율이 점차 낮아져 간다는 점 등을 꼽고 있다.
순교선열들은 당시 유교의 사회제도ㆍ형법 속에서 극형에 처해 지거나 패가망신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지상대권을 가진 왕보다 천주를 더 높이고. 남녀ㆍ양반 천민 등에 대한 평등사상을 주창. 보급할 정도의 개혁정신을 지니면서 사회를 그리스도의 뜻에 맞게 차츰 변화시켜 나갔던 것이다. 이같은 신앙선조들의 활동이 「증거」. 바로 그것이 아니었던가! 우리는 순교선열로부터 이 오염된 사회를 변모시킬 힘을 얻도록 전구를 청하면서 순교정신을 오늘에 재조명. 정신을 생활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순교정신을 생활화한다는 것은 바로 그 순교자의 내심에서 끓었던 그리스도 예수께 대한 사랑의 불씨가 내 마음 안에서 커져, 활활 타오르는데서부터 비롯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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