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봉성체를 위해 수요일마다 빠짐없이 오시는 신부님께서 주일학교 중등부교사로 봉사해 주기를 원하셨습니다. 남편과 의논한 뒤 제게 주어진 새로운 부르심에 응답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시간에 쫓기고 쌓이는 피로로 그만두고 싶었지만 주일학교 사정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사춘기 학생들 앞에 나선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항상 기도로써 모든 일에 임했습니다. 내가 가진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따뜻이 전하며 하느님의 진리를 전하는 자 되도록 도와주시고 학생들이 조금씩 변화되는 신앙인이 되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늘 간구했습니다. 어정쩡하게 시작한 교리교사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애들을 통해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얻는 입장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애들의 눈은 영원한 샘물같았고 비둘기처럼 사랑스러웠습니다. 항상 제 곁에는 애들이 모여 들었고 저는 모든 애들의 뺨을 만지며 대화를 했습니다. 우리들의 모습을 보신 보좌 신부님께서는 「어미닭과 병아리」라고 하셨습니다. 주일학교로 인해 저는 더욱 기쁨의 날들을 가질 수 있었고 생활에서 오는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랑을 얻었습니다.
많은 크리스마스 카드와 수시로 날아오는 사랑의 편지와 상담은 저의 보람이었습니다. 매일같이 바쁜 일과이지만 올해도 저는 주일학교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얻어지는 기쁨에 맛 들었나 봅니다.
어느 날 교안작성을 위해 참고서적을 찾다가 우연히 남편이 책장 문 안쪽에 부쳐 둔 쪽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이는 저도 모르게 매일 그날의 기도 지향을 적어놓고 기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일: 회개하지 못하는 죄인들을 위하여 월: 지체부자유자들과 그들과 함께 하는 분들을 위하여 화: 맹인. 농아들을 위하여 수: 나환우와 저능아를 위하여 목: 고통 속에서 힘들어 하는 분들을 위하여 금: 성가정을 이루지 못한 가정을 위하여 토: 성직자、수도자를 위하여」
이 메모를 보는 순간 저는 기쁨으로 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이는 자신의 고통을 모든 이를 위해 봉헌하고 있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 감사 드립니다』
3년 5개월!
그동안 받은 마음의 고통은 너무나 많고 깊어서 저의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의 마음을 때리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율리아! 지금 너는 어디에 있느냐? 너는 나의 사랑하는 딸이다』라는 말씀입니다. 천지 창조 때 인간을 만드시고 매우 좋아 하셨던 하느님의 모습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하느님 보시기에 나는 좋은 딸인가?」하는 묵상을 하노라면 새로이 태어나는 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과 40년동안 광야에서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함께 하신 하느님을 저희 가족은 체험했습니다. 저희 가족을 바르게 인도해 주신 하느님을 잊지 않기 위해서 저의 영혼 한 자락에 어설픈 글을 씁니다.
저희들 위에서 많은 기도로써 용기를 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오수영 신부님. 박용조 신부님의 깊으신 사랑과 얼굴도 모르는 아저씨를 위하여 매일 밤 11시에 촛불을 밝히고 기도해준 두 천사 -윤혜와 윤철-에게 가슴깊이 감사의 정을 드립니다. 이 천사들의 기도 덕분으로 좋은 부활 선물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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