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말고 그대로 두어라. 하는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잘들어라.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은 순진한 마음으로 하느님 나라를 맞아들이지 않으면 결코 거기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이 대목은 루가복음 18장 16절에서 17절까지의 예수님 말씀이다. 말이 쉽고 부드럽다. 표현도 바르고 아름답다. 예수님 말씀 한 대목을 예를 덜었지만 예수님의 모든 말씀이 다 그러하다.
하느님의 외아들. 그분의 말은 참으로 품위있고 거룩하고 향기 높은 것이라야 한다. 그러나 그런가? 이렇게 다 알아들을 수 있는 것 가지고 , 아니 유식한 중국말도 섞여있지 않은데 어디 외국말 하토말 박혀있지 않은데 품위가 있단 말인가. 거룩하단말인가. 이문제는 조금만 생각하면 풀리는 문제다. 예수님 말씀을 미루어도 금방 풀린다. 어린이와 같이 순진한 것이 무엇인가. 때가 묻지 않은 깨끗한상태를 두고 말하는것일 터이다. 결국 영혼에 때가 묻지 않고 몸둥이에 때가 묻지 않은 상태라야 하늘나라에 갈수 있다는 것인데 그런 사람이하는 말은 어떤것일까? 때가 묻지 않은 말일것이다. 바꾸어말하면 예수님의 말과같은 그런 말일것이다. 모든사람을 편하게해주는 쉬운 말, 똑독히 알아듣게 해주는 바른 말, 정이 깃들게해주는 아름다운 말 그런 말들일것이다.
언어순화내지 국어순화라는것도 별것아니다. [알아듣기 쉽게 말해] 나 [무슨 뜻인지 얼른 아아차리게 글을 써」하고 깨우쳐주는 이가 언어순화 운동꾼이다. 무슨무슨 협회니 단체니하고 만들어서 떠들썩하고 왁지지껄해봐야 언제나 출발선상에 맴돌 뿐이다.
언젠가 기억은 잘나지 않으나 정부의 경제부처장관 한분이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오늘 장에 마늘 값이 오르고 돼지 값이 내리면 ..」 하고 시작한 회견이 시종 알아듣기 쉬워서 경제 쪽에 어두운 사람이라도 나라의 살림살이를 이내 집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늬 장관이 회견했다면 「통화환수책」이 어떻고 「종함주가지수」가 어떤데 「대기업그룹」이 여차여차하다고 말했을 것이다.
요즘 잘팔리는 책들도 대개는 그책에 쓰인 말들이 쉽고 바르고 아름다운 것들이다. 단순한 수상집으로부터 매우 딱딱한 철학 서적에 이르기까지 어쨌거나 보다 쉬운 말로 쓰여져야 잘 팔리는 것이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이 시집으로서 서점가 판매량의 앞자리에 오랜동안 서오고 있는데 이도 이런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이 세상에서 태어나/ 수없이 뿌려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에 어떻게 열매를 맺았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 왠지 두렵습니다. 」 이 구절은 이해인 수녀님의 시 <말을 위한기도> 앞 대목이다. 말이 막히는 데가 없이 순순히 쓰여져 있다. 어려운 관념어가 없다. 그러면서도 참으로 많이 생각하게 해준다. 이런 시가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게 된 다음에 이른바 「가장 잘랄리는 책」 가운데 시집들이 끼이게 되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교회는 예수님이 뿌린 말의 씨가 제대로 박혀 싹이 나고 줄기가 뻗쳐지고 잎이 피고 꽃이 병글며 열매가 잘 열리도록 끊임없이 애를 써왔다. 선교 초기부터 억압을 받아온 우리 선조들은 한글로 쓰여진 신앙 서적들을 편찬하였고 이 서적들을 읽고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 듣게 한글을 깨치도록 힘을 썼음은 물론이고 우리말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대원군은 「천주학쟁이는 세 가지 잘 하는 것이다. 첫째 언문을 잘하고 둘째 염을 잘하고 셋째 양초를 잘 만든다」고 말한 바있다. 대원군이 천주교 신자들을 보고 언문을 잘한다고 한것은 진서를 모르는 무신꾼들로 몰아붙이기 위한 것이지만 이는 오히려 말의 씨를 제대로 뿌리고자 한 신앙 선조들의 거룩한 말자취를 새기게 하는 한 실마리가 되고 있다.
우리 교회가 우리 말의 뜻넓이를 넓히고 깊게 해주었는데 그런 말로는 「하느님」 「사랑」「믿음」등이 대표적이다. 그러한 전통으로 교회 사적지의 이름을 토박이 이름 그대로 쓰고 있는데 매우 아름답다. 새남터, 신나무골, 한티, 나바위, 되재, 모시골, 솔뫼, 미리내, 수리치골, 여우목, 모래실… 등등이 그렇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용어들이 아직 까다로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많다. 파공, 방사, 간린, 해태, 공복재관면, 대사, 조당, 피정, 감실, 소명 등은 사전을 찾아 볼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실로 난감한 말이다. 여기다 요즘은 다른 나라도부터 직수입한 용어들이 보태져서 어지럽다. 콘칠리움, 세나뚜스, 꼬미시움, 꾸리아, 쁘레시디움, 울뜨레아, 빨랑카, 몬시뇰, 빡스 로마나, 워꼴라레, 엠이 등등이 그런 말들이다.
만일 예수님이 이 자리 오신다면 다음과 같이 말씀하실까? 아닐까? 「오늘 저녁 울뜨라아에 꾸르실리스타들은 다 모이십시요」「새로 생기는 마산레지아에 빨라카를 들고 모이십시요」아니다. 이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루가복음에서 본것처럼 누가나 귀 있으면 알아들을 그런 말로 말씀 하실 것이다.
교회는 이 점 쉽게 보아넘기지 말아야 할때라고 생각한다. 주교회의 사무국이나 교구 홍보국에서 연중 무휴로 용어를 심의하는 그런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교황님이 오셔서 「문화인과의 만남」에서 강론하신 대목이 떠오른다. 「살아있는 문화들의 정신이 복음에 젖으려면 아직도 종대한 토착화 과정의 기나긴 길이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이 과정을 촉진함으로써 교회는 민족들의 깊은 염원에 호응하면서 그들이 신앙의 경지에까지 도달하도록 돕게 되는 것입니다.」 두고두고 음미해 볼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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