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이후 공업일변도로 추진돼온 경제개발 정책의 부산물로 오늘날 우리 농촌이 안고 있는 각종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어느 누구에게나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최근 우루과이라운드(UN)협상에 따라 우리 농민들은 더욱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매년 수십만명이, 특히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는 극심한 이농현상과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소득 구조 등 불이익을 강요당해온 우리 농촌은 사실 때때로 정부당국의 농촌정책에 한가닥 희망을 가져 보았지만, 오히려 부채만 증가돼가는 이중적 고통을 당해왔다.
이러한 시대적 상항에 편승, 한국의 농촌교회도 날이 갈수록 침체화되어가고 있어 농촌교회를 살려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농촌교회의 침체화는 농촌본당이 인구감소와 재정 부족 등으로 공소화되어가면서, 또한 공소조차 제대로 유지되기가 어려워 점차 폐쇄되어 버리는 안타까운 실정으로 전락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89년말 천주교 중앙협의회 통계에 따르면 농촌에 생활기반을 두고 있는 농촌공소가 총1천5백46개소인데, 이 숫자는 2백주년 당시 84년에 비해 1백85개소가 줄어든 셈이다. 또한 이 가운데서도 약20%정도만이 제대로 신앙공동체를 형성.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촌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보다도 재정빈곤과 공동체를 이끌어갈 수 있는 지도자의 부족으로 집약될 수 있을 것이다.
대도시의 어느 큰본당의 연중예산규모가 어느 농촌교구의 그것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은 교회운영에 필요한 재정이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시사해 주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이 같은 농촌교회의 어려운 상황들을 타개. 농촌공동체를 회생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선다는 것은 실로 무척 어려운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바로 우리의 주위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등잔밑이 어두웠다」는 격언을 세삼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날 도시 사람들은 환경오염의 페해를 절실히 깨닫고, 조금 웃돈을 주고서라도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소위 무공해 농산물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와 때맞춰 안동교구를 비롯 가톨릭농민회 몇몇 분회등지에서 생활ㆍ생명공동체운동을 평치면서 자연의 섭리에 따른 「유기(有機)농법」을 개발, 오염되지 않은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필요로 하는 일방과 그것을 공급하는 일방은 쉽게 인연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인연이 신앙을 바탕으로 형성되면서도 믿을 수가 있기 때문에 훨씬 더 견고해질 것이다.
도시의 한 본당과 농촌교회의 한 본당 혹은 공소가 서로 끈끈한 자매결연을 맺고 농산물직거래를 활성화시켜 나가는 일이 범교구적인 차원에서 당장 필요하다. 이러한 사업이 전국에서 보다 폭넓게 확산된다면 다소 농민들의 생활이 나아질 것이고, 농촌교회의 재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ㆍ생명수호운동」은 「농촌과 농촌교회를 살리자」라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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