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에게 예정된 미래의 처녀지, 인간 삶의 종착역은 바로 죽음이 아닐까?
그러나, 오늘 내가 다녀온 「용인공원묘지」의 무덤들은 단지 죽음의 인간적인 표현일뿐 진정한 영혼들의 집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들의 안식처는 바로 천국이기때문이다.
하느님께서 무엇때문에 죽은 이들을 그토록 고뇌하도록 하셨을까? 묘지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그 곳이 초행이나 마찬가지였던 나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산을 깎아 큰 공사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주검의 수해 현장이었다.
골짜기를 누비며 뒤범벅 되었을 그들의 눈물과 빗물은 얼마나 섬찟한 비극을 통곡하였으랴! 영혼들이 토해내는 울부짖음과 몸부림들로 나는 헤어나고픈 환각 속에 빠져있었다.
너무나 아슬아슬하게 자로 재어놓은 듯이 무사한 이모부님 산소를 찾고 우린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며 눈물 머금은 감사의 기도를 올렸으나, 그것은 다행이란 느낌만은 아니었다.
못이 뽑혀나가 여기저기 흩어진 관뚜껑들이며 관을 덮은 빨간 덮개가 드러난 무덤들, 썩는 듯한 냄새며 유실된 치아와 뼈를 임시 관에 넣고 연령과 특징 등을 관뚜껑에 써 가족을 기다리는 주검들!
사랑하는 이를 몇 번씩 잃어야 하는 그 가족들 마음은 어떨까? 내가 느껴야 하는 그들의 뼈저린 고통은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을 에이는것이기때문이다. 전해지는 고통이 그러한데 그들 자신의 고통은 말해 무엇하랴! 느껴지는 고통이 어떠한지 뭐라 표현해야 할 지 모르건만, 어찌 그들의 고통을 대변할 단어를 고를 수 있으랴!
난 오늘 누군가의 뼈와 살을 밟고 섰었는지 모른다. 임시 관들을 안치해놓은 천막 안의 퀴퀴한 김치내는 안내인의 안주(按酒)인 듯 싶었다. 그리고, 우린 착잡한 마음을 안고 돌아오며 초콜렛으로 허기를 채웠다. 그것이 죽은 이와 산 이의 차이더란 말인가? 영혼과 육체, 삶과 죽음, 고통과 진실의 명제들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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