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레박
당신은 깊고 깊은 침잠의 우물
나는 우물 속에 잠긴 가을 하늘
그 속에 떠다니는
한마리 고추잠자리의
自由로운 유영.
나는 바람
당신은 저 들판의 너른 어깨
나는 들판위를 쉬지 않고 스치며
따가운 햇살의 가슴을 헤집고
당신에게 가만히 머리를
기대어 오는 바람.
나는 한밤중
고요히 녹아 내리는 촛농이고
당신의 열기로 어느 한 부분도
남기지 않고 스러져
어두운 시야를 밝히고 싶다
사랑의 아름다운 날실로
당신의 견고한 씨실에 얼키고 싶다.
나는 두레박
당신은 깊고 깊은 침잠의 우물
나는 우물속에 잠긴 가을하늘
그 속에 떠다니는
한 마리 고추 잠자리의
자유로운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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