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중학교에 입학한 작은 딸이 우리가 이사 오기전 뒷 집에 살던 아주머니의 이상한 소식을 어디서 들었는지 머뭇거리며 얘기를 꺼네려고 했다. 확실히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되 어쨌든 몇마디의 앞발로 미루어 보건데 좋지 않는 소식임을 느낄수 있었기에 중지를 시킬까 어쩔까하고 생각는 중인데 중 3인 큰딸이『진아, 그런건 맘 속으로만 알아둬도 괜찮아』하면서 일어나 제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물론 그 이상을 아무도 듣지 못했지만 나는 깜짝 놀랐다. 그래 마음 속으로만 알고 있을 말이 있지. 어린 아이로만 생각했던 딸에게서 성장한 모습을 깨달으며 새삼스러이 조심되고 잊히지 않는 순간이었다. 모두들 마음없이 입으로만 서로를 확인하려 드니까 시끄럽고 또 붙어나서 거짓이 되고 미움의 요인이 되나보다.
특히 요즘은 안팎으로 말 많고 시끄럽다. 무슨 일이나 잘못되면 책임질 사람 따로 있고 불평을 터뜨리는 사람따로 있는듯이 야단이다. 말의 내용이 진실한가, 가치기준이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고 자기의 손익에 따라 옳고 그름이 판가름나는 기막힌 세상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잠언(11,19)에서도 입에 자갈을 물리라는 뜻으로 말씀하셨을까.
이젠 우리도 정신 좀차려보자. 정의와 진실을 캐는 일도 사랑 안에서가 아니면 죄가 된다는데 어쩜 우리는불의를 미움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을 지도 모른다. 매 뱉기 보다는 더 두고 보는아량과 바르게 되기를 바라는 사랑도 지녀보자. 우리의 입처럼 하느님께서 우리의 잘못을 헤아리셨다면 과연 구원될 자 몇 있었으며 앞으로 뉘 있겠는가. 마음으로 알아둘 줄도 알고 눈으로 말하는 오묘함을 가슴에 담을 줄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입에서 생략되는 모든 말의 참뜻을 깨달아 가슴을 덥히고 우리 사랑의 유통을 막는 온갖 장벽을 허무러뜨려 조건 없이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하나의 되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