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아침햇살이 창가에 비치고 새들이 여기저기서 지저귀는 즐거운 오늘 아침. 난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등교길에 나섰다.
『왁자지걸,왁자지걸』. 아이들은 무슨 깜짝놀랄 희소식이라도 있는지 동그랗게 둘러앉아 고개를 숙이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호기심에 차서 책가방을 내 자리에 집어던지고 살짝가서 귀를 기울이며 들었다.
『영숙이 얼굴에 막 돋아나는거 있지? 그거 열꽃이래』『열꽃이 뭔데 그러니?』『응 열이 올라 생기는 것인데 옮길 수도 있는거래. 되도록이면 가까이 가지마』
나는 경아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병이 났기로해서 가까운 친구 사이의 우정을 지워버릴 수 없는 것 아닌가?난 재빨리 영숙이를 쳐다보았다. 아이들의 소근거리는 말에 영숙이는 눈치를 챈듯 두 손으로 볼을 가리고 어두운 구석퉁이에 고개를 푹숙이고 홀로 앉아있었다.
학교생활에 친구가 없다는 것. 정말 괴로운 일 일것이다.즐겁게 놀던 친구들이 자기를 멀리한다는 것은 안 그때 정말 학교에도 가고 싶지않은 마음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영숙이와 아이들의 우정을 다시 싹틔울 수 있을까?」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도 영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 마음 같아선「영숙아! 일어나서 나랑같이 놀자」하고 영숙이의 손을 붙들고 내자리에 앉히고 같이 놀고 싶은 생각이 꿀떡 같지만 혹시 아이들이 나를 멀리하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에서인지 내마음이 선뜻 허락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여전히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등교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첫째시간, 둘째시간이 지나도 영숙이는 오지않았다.
『무슨 사고라도...』난 영숙이 생각에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영숙이 집을 찾아갔다. 겨우 길을 묻고 물어서 찾은 영숙이네 집은 금방 쓰러질 것 같은 허술한 기와집이었다.
『영숙아!』문이 열리더니 영숙이가 고개를 내밀었다.
『어머나, 승호야 어떻게 여길...』『응 집 찾는건 식은 죽 먹기지 뭐. 헤헤헤』『고마워 초라하지만 들어와』『초라하긴 하여튼 고맙다』신발을 벗고 영숙이를 따라 들어갔다.
『영숙아 오늘 왜 학교에 안나왔니』『응, 웬지 오늘은 가기 싫잖아 그래서...,걱정하지마 승호야』『영숙아 내일 학교에 꼬나와야 해 응?내 간절한 부탁이야!』『응 나갈께』.
영숙이는 내말에 감격이라도 한듯 두 볼에 눈물이 한방울 두방울 흐르기 시작했다. 영숙이는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학교에 나온 것이다.
난 그때부터 영숙이랑 붙어다녔다. 「열꽃이 옮으면 옮으라지」라는 마음으로 같이 즐겁게 놀았다. 내마음은 날듯이 기쁘고 편했다.
어느날 점심을 먹고 영숙이와 밖에 나가려던 참이었다.『영숙아!』『응 누구지』영숙이는 고개를 돌렸다.『미안해 영숙아, 내가 잘못했어』『아니 숙이야 네가 미안할께 뭐가 있니?』『...』『난 지난 일을 다 잊어버렸어. 난 누구든지 다 용서해』『그제서야 숙이는 눈물을 닦으며』『영숙아 너는 정말 좋은 친구구나. 난 널 따돌렸는데 너는 나를 용서해 주다니...』『아니야 난 승호때문에 남한테도 진실한 친구가 된거야』난 머리를 긁적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우리 셋은 손을 맞잡고 웃었다. 우정을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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