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 앞에 자유롭게 나서지 못하는 그이에게 성당가는 길은 너무 멀고 험했습니다. 완쾌되기 전에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부활 제2주일! 평일 미사에 가보자고 남편이 제안을 했습니다. 남편을 둘러싼 장애라는 껍질을 스스로 깨뜨리고 새로운 생활을 시도한 것입니다.
주변의 의혹에 찬 시선과 무관심한 운전기사와 거추장스러워 하는 눈쌀이 주는 불편함에 도전장을 내었습니다. 그이와 함께 미사참례 한지가 만3년5개월21일이었습니다. 건강한 사람의 걸음으로 15분 소요되는 거리였지만 저희들은 50분만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성당으로 향해 걸어가면서 여러가지 묵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5~10분 거리에 살면서도 미사시작 직 전에 가까스로 들어가거나 늦게 가는 저를 포함한 많은 신자들의 태도를 묵상했으며 주님의 잔치에 함께 하고 싶어서 이렇게 힘들게 걸어가는 남편의 땀흘리는 모습은 골고타 산을 오르시는 십자가지신 예수님을 묵상하게 했습니다.
또한 성당으로 가는 길은 우리의 인생 여로와 같다고 느꼈습니다. 오르막, 내리막, 평탄한 길, 험한 길, 횡단보도 등 길이 던져 주는 의미를 묵상해 보면서 아무런 느낌없이 밟고 다니는 이 땅의 모습을 닮아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성당에 도착하자 신부님ㆍ수녀님ㆍ여러 신자분들이 남편의 모습에 기뻐하시며 축복해 주셨습니다. 미사전례 중 성체축성부분에서 남편도 저도 울었습니다. 주님의 뜨거운 사랑에 감사드렸습니다.
「너무나 보잘것 없는 저희들을 당신은 이다지도 크신 사랑으로 안아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당신을 닮으라고 날마다 당신은 살과 피를 나누어 주시지만 저는 당신을 조금도 닮아 가지 못하고 있음을 용서하소서.」
저희들의 마음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변화되어 간다면 이번에는 50분 걸렸지만 차츰 그 시간도 단축 될 수 있을 것이며 언젠가는 예전처럼 건강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저의 소망이 이루어 지지 않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그 또한 주님께서 뜻하시는 바라면 이대로도 기쁨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줌의 흙이 될 육체가 아니라 건강한 모습의 영혼이기 때문입니다.
육체의 장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정신적 장애라는 것을 깨달았으며 아주 작은 것에도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동안의 삶속에서 체험한 까닭에 지금 저희들의 마음은 풍요롭습니다.
그러기에 불구자인 남편의 모습이 어느 곳에서든지 부끄럽지 않습니다. 남편이 매우 불편해 하거나 균형을 잃고 넘어질 때면 가슴 한쪽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끼지만 다시 일어서는 남편의 인내를 사랑합니다.
자신의 모든 고통을 주님께 온전히 봉헌하고 다른 분들을 위해 기도하는 남편의 모습은 작은 예수님입니다. 저는 이런 남편을 사랑합니다. 『여보! 당신은 작은 예수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지금까지 신앙수기 「작은 예수님」을 애독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호부터는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김윤수 사장의 「끊어진 묵주알」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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