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일 동서독은 마침내 하나의 통일국가를 탄생시켰다 남북한과 마찬가지로 전후 45년간 민족분단의 쓰라린 고통을 겪어온 독일민족이 다시 하나가 된 것이다. 그러나 분단 45년을 마감하고 다시 태어나는 독일에 대한 주위의 눈총은 따갑다. 통일된 독일이 묵고왔던 제1ㆍ2차 세계대전의 악몽이 쉽게 지워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일통일의 참된 의미는 무엇인가. 단순히 동서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린 대로 주어진 새로운 유럽질서 구축의 담보물인가. 아니면 40년에 걸친 낡은 전후질서의 사슬을 막강한 경제력으로 훌훌 떨쳐버린 게르만민족의 재생인가. 이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 또한 간단치 않다.
문제는 이처럼 엄청난 변화가 야기된 원인과 그 결과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같은 변화가 드러내는 「시대의 표징」을 살피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시대의 표징」이 우리에게 축복이 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재앙의 출발점이 될 것인지는 이를 헤아려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라도 우리는 다시 태어나는 독일에 대한 축복에 인색치 말아야겠다. 우리가 독일통일에 담겨진 섭리의 손길에 진정 감사할 때 그 대답은 언젠가 우리에게 다가올 한반도 통일의 실현가능성으로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동서독의 분단이 종식되는 그 순간에 『독일국민들은 신과 인류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솔직히 고백한 서독 대통령의 겸허한 자세와 감사의 마음이 통일의 진정한 원동력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독일통일과정에 기여한 서독교회의 노력 또한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된다. 서독교회는 동독교회와 동독사회에 대한 물질적 원조뿐 아니라 분단극복의 원동력이 된 용서와 화해 즉 평화의 다리를 놓았던 것이다. 서독교회는 동독과 동구권에서 피난 온 7백만에 달하는 실향민들이 스스로 폭력과 증오 그리고 보복과 응징을 공적으로 단념하고 회개와 용서를 실천하게 하였다.
또한 이들이 통일된 유럽과 그 평화구조를 인정하여 용서와 화해에 투신하도록 함으로써 평화의 질서를 세울 수 있는 대변혁의 흐름에 동참할 수 있게 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한반도통일에 대비하여야 하는 한국교회의 몫은 무엇인가, 독일의 경우 보다 더 혹독히 분단의 비극과 고통을 체험한 한민족의 「돌심장」을 「살심장」으로 바꾸어 놓는 「평화의사목」이 아닐까 싶다. 용서와 화해의 실천신학을 민족복음화의 역사적과제에 용해시키는 통일사목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독일통일을 섭리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한국교회는 이제라도 진정 돌이켜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과연 무엇을 하였으며. 당장 통일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는 가를.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깨우침의 기회를 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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