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몸소 느끼기전까지 이것을 내 자신이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전까지 내가 사랑했던 것들은 금빛 머리핀이나 멋있는 연예인의 사진 따위의 자잘하고 가치없는 것들 뿐이었습니다.
우리 반의 얄궂은 친구들은 내가 느끼기엔「그냥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라는 존재였지요. 사실 그들도 나를「웃고 떠들수 있는 상대」로 취급했던것 같아요. 당시 내가 그들에게 베푸는 것,그리고 그들이 내게 베푸는 것은 숙제장, 사프심, 돈같은 물질적 원조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런 가난한 우정에 대해 걱정하거나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적적하고 한가한 날들이 연속으로 이어졌습니다. 그칠줄 모르고 내리는 빗물이 지겨울 뿐이었습니다. 뉴스에서는 어느 지방이 물난리를 겪고 있다는 어두운 소식만이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집배원 아저씨가 다녀가셨습니다. 큰소리로『감사』플 외치고는 두근거리는 심장고동을 억제하고 발신인 없는 그 편지의 겉봉을 뜯었습니다.
하얀 양면괘지에 또박또박 적힌 그애의 글씨와 향기가 아직도 감돌고 있는 말린 장미 꽃잎을 보고 있노라니 햇빛에 그을린 얼굴에 가지런한 하얀 치아가 돋보이는 내 친구 선영이의 웃는 모습이 너무 가깝게 느껴졌읍니다. 편지지로 눈을 돌렸습니다.『친구야』로 시작된 그 편지엔 이번 방학은 비가 많이 와서 좀 적적하고 왠지 슬폈다느니하는 등 자기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단박 알 수 있도록 상쾌한 그녀 특유의 글씨로 씌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줄의 추신은 내가 사랑하는 것을 그녀도 사랑한다는 회답같았습니다.선영이의 그 잊을수 없는 추신『난 너를 정말 좋아해,정아야』그 한귀절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친구야!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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